[사설]정부 예산 감시하랬더니 ‘묻지 마 증액’한 국회 상임위 작태

동아일보 입력 2020-11-16 00:01수정 2020-11-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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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예산안을 8조 원 넘게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17개 상임위 가운데 15일까지 심사가 마무리된 11곳의 결과를 보니 증액과 감액을 합한 순증액 규모가 약 8조6000억 원에 이르렀다. 나머지 상임위들이 예비심사를 마치면 순증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 예산안을 국민의 눈으로 꼼꼼히 들여다보라고 국회가 심의를 하는 것인데 오히려 여야가 야합해 예산을 무더기로 늘린 것이다.

순증 액수가 많은 상임위는 역시나 ‘지역구 민원’이 집중되는 곳들이었다. 국토교통위가 2조36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농림축산해양위 1조7700억 원, 산자위 1조3300억 원 순이다. 지역의 국도 건설에 증액이 많았고 현금 나눠주기식 복지사업 예산도 늘어났다. 나라살림을 감시하랬더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555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액수다. 90조 원의 적자 국채를 찍어야 한다. 국가채무는 올해 사상 최고인 800조 원을 넘었는데 내년 말에는 945조 원으로 올해보다 140조 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이달 초 ‘현미경 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고 했는데 삭감은커녕 여야가 한마음으로 더 늘려놓았다. 오죽하면 진보성향 소수정당인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이 “산자위 예산소위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된 예산안이 거대 양당 간사의 합의로 바뀌었다”면서 “국회를 혼내 달라”고 반발 성명을 냈을까.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챙기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지역구 표심만 의식해 예산 따기 경쟁을 벌이다 나라 예산을 누더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예산안 조정소위와 예결위가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쪽지 예산’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여야는 해마다 속기록을 남기지 않는 소소위를 통해 주고 받기식으로 ‘깜깜이 예산’을 끼워 넣었다. 작년에도 지역구 예산은 늘리고 복지 예산은 줄여 최종 1조 원가량만 줄였다. 올해도 국회 심의 과정을 민원 창구로 만드는 구태를 반복하는지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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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상임위원회#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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