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미 ‘빚투’ 1년 새 두 배… 주가 떨어지면 ‘날 찌르는 칼’

  • 동아일보

한국 증시가 ‘오천피(코스피 5,000)’, ‘천스닥(코스닥 1,000)’이라는 새 역사를 쓰자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도 30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6일 기준 29조34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15조6800억 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금 증시는 지나치게 뜨겁다. 이제라도 올라타려는 투자자들은 은행 예·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다. 증권사들도 앞다퉈 ‘빚투’를 부추긴다. 신용융자 이자율을 연 3.9∼4.9%로 낮추고, 타 증권사에서 대출을 갈아탄 투자자들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신용융자는 ‘양날의 검’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대출을 지렛대 삼아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대출 담보로 잡힌 주식이 강제로 처분(반대매매)돼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때 개인의 손해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증시 조정 국면에서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하락세를 키우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증시 활황에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조바심은 비이성적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1,000포인트를 찍은 26일에는 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사전 의무교육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몰려 금융투자협회 사이트가 일시 마비됐다. 주식 열풍을 악용한 불법 리딩방 사기도 늘면서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과 기업들의 실력을 믿고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장려할 만하다. 하지만 장기 우상향한다고 해도 단기적으론 큰 폭의 주가 출렁임을 피할 수 없는데, 빚에 의존한 투자는 이를 버텨낼 수 없다.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수준에서 투자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과열을 부추기지 말고 건전한 투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주식시장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증시#오천피#천스닥#개인투자자#빚투#신용거래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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