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 입법 문제 삼은 트럼프의 ‘관세 어깃장’… 빌미 주지 말아야

  •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시간으로 27일 새벽 “한국의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 정상의 관세 합의를 통해 15%로 낮춘 관세를 일방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입법부가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입법 절차 지연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제기한 대미투자특별법은 한국이 미국의 관세 인하를 대가로 제시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미국도 이에 맞춰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현재 5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미 관세 합의에는 이 법안 발의 시점에 관세를 소급 인하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입법 시한은 없다. 그간 입법 절차에 대한 미국 측의 실무 항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세 인상을 일방 통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다시 올리면 현대차와 기아는 연 4조∼5조 원 정도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긴다고 한다. 전후방 연관 산업이 많은 자동차의 수출 위축은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 수출 1, 2위 품목이 모두 미국발 관세 인상 폭탄을 맞게 된다. 정부와 국회는 관세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국회도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국민의힘 모두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지 않았다.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미 투자 이행 시점을 놓고 한미 양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상 간 큰 틀에서 관세 합의를 한 만큼 한국 국회가 시간을 끄는 것처럼 비춰지면 미국에 추가 보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인상 발표에 대해 사전에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관세 합의 이후 후속 절차 관리와 워싱턴 동향 파악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야가 입법 지연에 대한 책임 공방부터 벌이면 국론이 분열되고 협상력이 약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미국에 불필요한 통상 압박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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