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중증[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0-11-14 03:00수정 2020-11-14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코로나19로 7개월간 막혀 있던 인천∼베이징 하늘길이 지난달 30일 열렸다. 중국 정부가 에어차이나의 직항편 운항을 허가한 것. 그런데 베이징에서 들어오는 건 되고 베이징으로 가는 건 안 된다. 베이징에 가려면 선양 칭다오 등에 내려 2주간 격리하고, 두 번 검사받고, 베이징에 가서 다시 일주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호텔 격리 비용은 본인 부담인데 호텔 선택권이 없어 5성급에 배정받으면 3주간 숙박비로만 수백만 원이 깨진다.

▷한중 간 비대칭 방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검역 강화로 11일부터 중국에 가려면 48시간 이내 진단검사 음성 확인서를 2장 제출해야 한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지정한 의료기관 2곳에서 검사받고 확인서를 발급받는 데 약 40만 원이 든다. 전액 본인 부담이다. 반면 중국발 입국자들은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입국 후엔 검사도 무료로 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보건규칙에는 외국인의 감염병 검사나 치료비는 각국이 부담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국가가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자국민을 지원하는 나라의 국민에 한해 같은 수준의 비용을 지원한다. 한국도 외국인들을 무료로 검사하고 치료해주다 ‘퍼주기’ 여론이 커지자 8월부터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의 일방적 조치는 상호주의 관례를 깬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검역 절차는 상호주의보다 상대국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오히려 중국을 두둔한다. 코로나 초기 감염 확산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며 발병국이 아닌 국민 탓을 하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떠오른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한중 기업인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패스트트랙 규정을 어기고 삼성전자 전세기 운항을 사전 통보도 없이 취소하자 외교부는 “패스트트랙 제도의 완전한 폐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명해 “어느 나라 외교부냐”는 비난을 듣고 있다. 일본이 3월 한국인 입국을 제한했을 때 일본 대사를 초치해 “사전 통보도 없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던 그 외교부 맞나 싶다.

주요기사
▷경제 분야에서 중국을 두려워하는 공중증(恐中症) 경보가 울린 지 오래다. 중국의 ‘6·25 남침’ 역사 왜곡에 논평 하나 내지 않는 외교부를 보며 ‘외교 공중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역과 경제를 위해서는 국가 간 상호주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오만하고 형평에 어긋난 조치도 문제지만, 그런 일방적 조치에도 항의는커녕 두둔하기 급급한 한국 정부를 보니 이제 코로나 공중증까지 걱정해야 하나 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공중증#코로나19#패스트트랙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