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담장에 “트럼프, 넌 해고야”… 샴페인 터뜨리며 댄스파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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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시대]바이든 당선에 지지자들 거리로
車 경적 울리고 환호-박수 물결…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 축제분위기
레이디 가가-비욘세도 “환영”… 美언론 “유권자, 분열적 통치 거부”
오바마 “자랑스러워”-클린턴도 축하… 흑인 인권단체들 “변화의 시작”

7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 개표 과정을 생중계하던 CNN방송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차기 대통령 당선인으로 호명하자 
인종차별 반대 시위 구호인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을 주창한 바이든 지지 시민들이 수도
 워싱턴의 한 광장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7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 개표 과정을 생중계하던 CNN방송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차기 대통령 당선인으로 호명하자 인종차별 반대 시위 구호인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을 주창한 바이든 지지 시민들이 수도 워싱턴의 한 광장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넌 해고야!(You‘re fired!)”

7일(현지 시간)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북쪽 담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이같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버릇처럼 썼던 말을 그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이 전해진 이날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워싱턴은 도시 전체가 환호로 들썩였다. 미 언론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 시내 아파트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려댔다. 지지자들은 밤늦게까지 거리에서 샴페인을 터뜨렸으며, 작은 종을 흔들거나 냄비를 두들기며 축하했다. 워싱턴은 유권자의 93.3%가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도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타임스스퀘어에는 시민 수백 명이 즉흥적으로 몰려 나와 춤을 추며 기쁨을 나눴다. 퀸스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는 사람들이 베란다에서 ‘바이든’을 외치고 노래를 부르거나 환호했다. 거리는 낮부터 와인이나 샴페인을 들고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레이디 가가, 비욘세 등 팝스타들도 소셜미디어에 축하의 글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혹독한 보건·경제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적 통합 정신과 정치적 정상 상태의 복원을 약속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면서 “분열적 행동과 혼란스러운 행정부에 지친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거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성과 소수자 유권자 군단이 분열적이고 남을 괴롭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거부하면서 바이든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짚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선 자메이카와 인도 이민자의 딸로서 이 나라의 첫 번째 여성, 첫 번째 비(非)백인이자 아시아계 부통령이 탄생한다고 짚었다.

선거운동 기간 적극적인 지원 유세를 펼쳤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더 이상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모든 표가 개표되면 바이든과 해리스 당선인이 역사적이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경제적·인종적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등 과제가 산적한 이때 대통령의 자격을 갖춘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 “민주주의가 이겼다”며 축하의 글을 올렸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이번 선거 결과는 역사를 만든 것이고, 트럼프에 대한 단절이며, 미국을 위한 새로운 페이지를 연 것”이라고 썼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미국을 위한 새로운 날의 새벽이 밝았다”며 “민주당에 행동에 나설 권한을 주는 역사적 승리”라고 말했다.

올해 초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한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2018년 사망)의 아내 신디 매케인은 바이든의 승리가 예상되던 6일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남편이 지금의 상황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주는 공화당 텃밭이지만 매케인 의원과 가까웠던 바이든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지면서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흑인 인권단체도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환영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의 아들인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3세는 “바이든의 당선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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