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접종 1주 멈추고 사인 밝혀야”… 정은경 “시기상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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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불안 확산]독감백신 접종 중단 여부 논란

국감 나온 식약처장 “원인 분석 중”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이 유정란의 독성물질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오른쪽)은 “백신 제조 과정에서 무균 검사와 균체 내 독소시험 검사를 무작위 채취 방식으로 진행한다”며 
“(원인 분석) 시험이 종료되는 대로 결과를 국민들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감 나온 식약처장 “원인 분석 중”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원인이 유정란의 독성물질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오른쪽)은 “백신 제조 과정에서 무균 검사와 균체 내 독소시험 검사를 무작위 채취 방식으로 진행한다”며 “(원인 분석) 시험이 종료되는 대로 결과를 국민들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 여부를 먼저 밝히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그때 다시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망 원인이 백신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접종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접종 중단을 놓고 전문가 단체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과 일반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유보할 것을 국민과 의료기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의협이 독감 백신 접종 유보를 권고한 건 처음이다. 고령자 등 독감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만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접종 중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최소한 역학조사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접종 사망자가 나온 서울 영등포구는 독감 백신 사용을 보류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관할 내 200여 개 의료기관에 22일 발송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독감 자체로 인한 사망자가 1년에 3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예방접종 시기가 있기에 접종을 일정 기간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항체가 생기려면 백신 접종 후 최소 2주 정도는 지나야 하기 때문에 11월 중순 이후로 예상되는 독감 유행 시기를 감안하면 접종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청장은 또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다는 게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고 했다.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 제품 로트번호(제품번호)가 제각각이어서 특정 백신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제조사의 같은 제품번호 백신을 접종한 사망자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청장은 22일 국정감사에서 “같은 로트번호의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없기 때문에 백신에 문제가 없다”며 “같은 번호의 백신 접종 사망자가 있으면 백신을 봉인하고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했었다.

대한백신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령자와 소아청소년, 만성질환자에 대한 접종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다수의 의료 전문가는 백신 접종을 늦추거나 중단하는 게 위험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자 부검 결과가 모두 나오려면 한 달 정도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는 독감 유행이 한창일 때라 고위험군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접종을 일시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보다 위험도가 낮은 13∼18세 청소년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이소정·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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