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외 공통점 없고 질환 없이 사망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독감백신 불안 확산]백신 사망 보고 전국서 잇따라
기저질환-접종 병원 모두 달라 “백신 원료 유정란 오염” 주장도
당국 “독소 초과 가능성 거의 없다”… “올해 상황 이례적” 대부분 공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사망했다는 사람이 22일 하루에만 20명 가까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박모 씨(79)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박 씨는 20일 집 근처 병원에서 부인과 함께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 창원시 의창구의 한 목욕탕에서는 안모 씨(79)가 숨져 있는 것을 종업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안 씨는 19일 독감 접종을 받았다.

경북 상주와 영주에서 각각 독감 주사를 맞은 70대와 80대 노인이 숨졌다. 상주시에 사는 A 씨(77·여)는 20일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했고, 22일 오전 어지럼을 느껴 병원에 이송된 뒤 사망했다. A 씨는 2018년부터 매년 접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시에 사는 B 씨(82·여)는 22일 오전 11시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 씨는 19일 접종을 받았다.

서울과 인천, 대구, 대전, 강원, 전북, 전남에서도 사망자가 보고됐다. 이날 새로 신고된 사망자들은 지역은 물론이고 기저질환, 접종 병원이 모두 다르다. 일부 접종 백신이 같은 경우도 있지만 사망과 직접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공통점은 70대 이상 고령자에 대부분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북 영주시 사망자는 심장질환을 앓았고, 경남 창원시 목욕탕에서 사망한 남성은 당뇨와 가벼운 치매 증세가 있었다고 유족이 밝혔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없는 사망자도 있다. 19일 독감 백신 접종 후 22일 오전 1시경 사망한 대전 70대 여성의 유족은 “(사망자가) 매년 독감 백신을 맞아왔다. 접종 당일에도 건강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백신 자체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서상희 충남대 교수(수의학과)의 자문 결과를 인용해 “백신 원료인 유정란이 세균에 오염돼 톡신(독성물질)이 발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백신은 모든 로트(한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제품)별 샘플 검사를 하기 때문에 독소가 기준치를 넘는 제품이 출하 승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도 백신 자체의 문제보다 기저질환 등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제품이나 생산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면 특정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중심으로 다수에게서 문제가 발견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데는 다수가 공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해 보건당국에 신고된 사람은 25명에 불과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내가 본부장을 할 때도 이런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고 그 전후로도 이렇게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 / 창원=강정훈 / 상주=명민준 기자
#독감백신#불안#확산#고령#질환#사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