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팔아 12억 기부 “집 내놓을땐 마음 흔들릴까봐 얼른 실행”

변종국 기자 입력 2020-09-29 03:00수정 2020-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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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81세 김은숙씨 40여년 수입액 기부
“형편 좀 나은 사람이 돕는건 당연”
코오롱 우정선행상 대상 수상
45년 동안 서울 종로구에서 팥죽 가게를 운영해온 김은숙 씨가 28일 제20회 우정선행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김 씨가 2018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자 초청 오찬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형편이 좀 나은 사람이 돕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28일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제20회 우정선행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김은숙 씨(81·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40여 년 동안 12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고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오히려 큰 상을 줘 감사하다”고 했다.

김 씨는 현재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팥죽집을 45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1976년 이발소가 있던 허름한 건물을 사들여 팥죽 가게를 열었다. 장사가 좀 되는 듯했지만 이내 불행이 닥쳤다.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갑자기 불치병을 얻어 힘든 병마와의 싸움을 시작한 것. 김 씨는 장사를 하면서 동시에 아픈 딸을 돌봐야 했다. 김 씨는 여유롭지 않은 삶 속에서도 남편과 함께 불우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충북의 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에 기부를 하는 등 나눔의 삶을 실천했다.

김 씨가 본격적으로 기부에 나선 건 2010년 믿고 의지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부터다. 김 씨는 “딸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다 보니 돈이 아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부를 더 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월 수입액의 상당 부분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기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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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월 50만 원씩 기부하던 것을 해를 거듭하며 월 300만 원까지 기부금을 늘렸다. 김 씨는 남편 명의의 유산이었던 9억 원 상당의 아파트도 기부했다. 김 씨는 아들을 불러 “아버지가 남긴 집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사를 물었고, 아들은 흔쾌히 모친의 뜻을 따랐다. 김 씨는 “얼른 기부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고, 내가 죽으면 또 기부를 못 할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은숙 씨가 45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팥죽가게간판.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제공
김 씨는 기부 금액 총 12억여 원 가운데 2억 원을 딸이 진료를 받고 있는 서울특별시은평병원에 지정 기탁했다. 형편이 어려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다. 지난해에만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취약계층 환자 65명이 도움을 받았다. 김 씨는 또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에게도 매달 두 차례씩 간식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그는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환자들을 가족 같은 마음으로 후원하고 싶다”며 “오히려 더 기부를 하지 못해 죄송할 뿐이다. 힘이 닿는 대로 꾸준히 기부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20회 우정선행상 본상 수상자에는 서울 중랑구의 빈곤층 지원 단체인 ‘사랑의 샘터 ECB’와 29년간 보육원 아이들의 주치의와 멘토 역할을 한 ‘익산 슈바이처’ 송헌섭 씨, 학교 폭력 피해 가족 수호자 조정실 씨가 선정됐다. 우정선행상은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부친인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호를 따 2001년 제정됐으며 해마다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시상식은 10월 말 열릴 예정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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