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못다 풀어 글로… 나는 ‘작가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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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박진영 핫펠트 혜림… 가수들 에세이 책 잇따라 펴내
기존 팬을 독자로 확보해 유리

노랫말에 친숙하면서도 민감한 가수들이 자신의 일상을 글로 써서 펴내는 일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가수 장기하가 9일 자신의 책 ‘상관없는 거 아닌가?’ 출간 온라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woosanghee
노랫말에 친숙하면서도 민감한 가수들이 자신의 일상을 글로 써서 펴내는 일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가수 장기하가 9일 자신의 책 ‘상관없는 거 아닌가?’ 출간 온라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woosanghee
가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가수는 음악으로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글을 통해 표현할 수 있고, 출판사는 가수의 기존 팬을 독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가수 장기하는 11일 첫 에세이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문학동네)를 냈다. 지난해 1월 밴드 해체 이후 1년간 ‘나를 괴롭히지만 사소한 것들’을 소재로 생각을 넓혀가며 글을 썼다. 장기하는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글 쓰는 게 처음엔 굉장히 막막했지만 글을 쓸수록 음악과 글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큰 서점을 운영하셨는데도 손자인 나는 ‘책을 잘 못 읽는다’고 썼으니 괜히 죄송하다. 살아 계셨다면 굉장히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2017년 작고한 장하구 전 종로서적 회장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초판 8000부가 사전 예약 매진됐다.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같이 일상에서 벼린 삶의 통찰력을 드러내는 가사로 대중을 사로잡은 그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노래 한 곡 만들지 못했다.

“지난 1년 반은 나 홀로 노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쓰면서 이제 정리가 됐다. 결국 나의 정체성은 ‘나의 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가사) 이외에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가수 박진영이 지난달 출간한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는 초판 1만 부가 출간 3일 만에 나갔다. 이 책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그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신앙관에 대해서 쓴 책이다. 종교 관련 내용이 많아 거부감을 느낄 독자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때맞춰 발표한 그의 신곡 ‘When We Disco’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은행나무 관계자는 “연예인이 작가인 경우 TV프로그램 출연으로 마케팅이 저절로 된다”며 “대중적 호감도를 어느 정도 확보한 ‘셀럽’은 일반 작가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작사, 작곡과 글을 쓰는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것도 가수 출신 에세이스트가 늘어가는 이유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예은)는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던 때를 17∼19세 사춘기와 비교하며 당시의 불안한 감정을 풀어낸 책 ‘1719’를 올 4월 펴냈다. 핫펠트는 온라인 에세이 구독 서비스인 ‘책장 위 고양이’ 필진으로도 활동한다. 책장 위 고양이를 운영하는 김민섭 작가는 “핫펠트 합류 이후 구독자가 하루에 100%가량 증가한 적도 있다”며 “음악을 하면서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감각적으로 익혔고 이를 다른 직군에 비해 글로 잘 표현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같은 원더걸스 출신으로 현재 방송인 겸 통·번역가로 활동 중인 혜림의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한겨레출판사), 걸그룹 시크릿 출신 전효성의 ‘나도 내가 처음이라’(스튜디오오드리)도 꾸준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장기하#박진영#작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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