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다리 붕괴 직전 차량 진입 막은 ‘구원의 손짓’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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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송정교 앞 주민 박광진씨
불어난 강물 보고 “건너지 말라” 외쳐
진입 차량 급히 후진 추락 면해

3일 붕괴 직전인 강원 평창군 진부면 송정교 앞에서 차량 통행을 막고 있는 박광진 씨의 모습. 박 씨가 차량들을 막아선 지 30초쯤 지나자 다리 가운데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평창군 제공·CCTV 캡처
3일 붕괴 직전인 강원 평창군 진부면 송정교 앞에서 차량 통행을 막고 있는 박광진 씨의 모습. 박 씨가 차량들을 막아선 지 30초쯤 지나자 다리 가운데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평창군 제공·CCTV 캡처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다리가 붕괴되기 직전 다리 앞에서 홀로 차량 통행을 막아선 주민의 이야기가 화제다.

3일 오전 7시 26분경 강원 평창군 진부면 송정리의 송정교가 급격히 불어난 강물에 다리 상판이 주저앉기 시작했다. 다리 바로 앞 마을에 사는 박광진 씨(59·사진)는 2층 창문을 통해 이 장면을 목격했다. 물이 계속 차올라 범람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굴착기 기사로 공사현장 경험이 많은 박 씨는 순간적으로 위험을 직감했다. 출근 시간이어서 차량 통행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박 씨는 마을 이장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린 뒤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때가 오전 7시 28분경. 불과 2분 새 다리는 눈에 띄게 주저앉아 있었다. 때마침 다리 건너편에서 차량 1대가 다리로 접어들었다. 박 씨는 우산을 쓴 채 다리 앞에 서서 차량을 향해 손짓을 하며 “건너지 마세요. 피하세요”라고 힘껏 소리쳤다. 차량은 박 씨의 수신호를 알아차린 듯 비상등을 켜고 급히 후진했다. 박 씨 쪽에서 다리를 건너기 위해 진입하던 차량들도 박 씨가 제지해 방향을 바꿨다.

이어 30초가량이 지난 뒤 다리 가운데 일부가 폭삭 주저앉았다. 후진하던 차량의 운전자는 다리를 채 건너기도 전에 그 장면을 목격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 씨가 제지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박 씨의 이날 행동은 고스란히 인근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잠시 후 마을 이장과 면사무소 직원, 경찰까지 출동해 차량 통행을 원천 차단했다. 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드레일이 살짝 휘었고, 다리 상판이 가라앉아 이대로 놔두면 큰 사고가 나겠다는 느낌이 들어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나왔다”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박 씨의 제지로 다리를 건너다 돌아간 차량의 운전자 최종열 씨(60)는 4일 수소문 끝에 박 씨 연락처를 알아내 감사 인사를 했다. 최 씨는 “한 사람이 다급하게 손짓을 해 이상하다 싶어 서행하며 다리를 봤는데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 후진하기 시작했다”며 “잠시 뒤 굉음과 함께 다리가 주저앉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어 한참 뒤 진정이 됐다”고 말했다.

1989년 만들어진 송정교는 길이 150m, 폭 8m로 하진부리와 송정리를 연결하는 다리다. 평창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진부면 일대에는 225mm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송정교 붕괴#박광진#태풍#마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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