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신속발사 고체연료 로켓… 韓 ‘장거리 미사일 잠재력’ 확보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0-07-29 03:00수정 2020-07-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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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 지침 ‘고체연료 허용’ 2017년에 이어 3년 만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면서 우리 군은 독자적인 대북 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개발 잠재력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민간용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추진체 개발 허용에 따른 군사적 차원의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 北·주변국 동향 들여다볼 정찰위성 전력 강화

한미는 1970년대 후반 미사일 지침을 처음 체결한 후 세 차례에 걸쳐 사거리 연장 및 탄두 중량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 작업을 해왔다.

2017년 발표된 3차 개정에선 탄두 중량의 제약이 철폐되면서 우리 군은 2t 이상의 초대형 탄두를 장착한 사거리 800km급 탄도미사일 개발의 길을 텄다. 북한 전역의 지하 수십 m에 숨은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괴물 미사일’을 개발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고체연료를 이용한 추진체(로켓) 개발의 ‘벽’은 여전히 견고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도 액체 추진체로만 개발이 진행돼 왔다. 군 관계자는 “액체 추진체와 비교해 장점이 월등한 고체형 추진체의 군사용 전환을 미국이 우려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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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액체 추진체는 연료탱크와 펌프를 별도로 장착해야 해서 발사체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발사 전 추진체를 세워 1, 2시간가량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상대국 위성에 발각될 가능성이 커 군사용으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적지 않다.

반면 고체 추진체는 구조가 간단해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제작해 쏘아 올릴 수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액체 추진체로 저궤도 위성을 쏴 올리는 것은 짜장면 한 그릇을 10t 트럭으로 배달하는 것과 같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비해 고체 추진체는 연료 주입 과정 없이 곧바로 쏘아 올릴 수 있다. 추력도 액체 추진체보다 뛰어나 몸집이 작은 발사체로도 탑재체를 더 먼 거리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민간용은 물론이고 군사용으로도 최적의 활용 가치를 가진 셈이다.

이번 개정으로 민간·상업용 로켓의 제한이 풀리면서 우주탐사용 발사체는 물론이고 소형 위성 개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북 감시를 위한 군사위성을 독자적으로 쏴 올릴 수 있는 능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자는 “현무급 탄도미사일 개발로 축적한 고체 추진체 기술을 활용하면 머지않은 시기에 1t 안팎의 군사위성을 지구 저궤도(500∼2000km)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급 보안’이 필수적인 군용 정찰위성을 독자적으로 충분히 쏴 올리게 되면 좀 더 철저한 대북 감시와 함께 주변국 견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 저궤도에 10기 이상의 정찰위성을 배치하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거의 공백 없이 감시할 수 있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김 차장도 “주변국은 수십 대의 정찰위성을 보유 중인데 우리는 ‘제로(0)’”라면서 “세계가 알아주는 군사력을 갖춘 주권 국가로서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위성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며 위성 전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ICBM 등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역량 확충

이와 함께 우리 군의 미사일 잠재력도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고체 추진체를 이용한 우주발사체의 개발이 본격화되면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주요 기술들이 장차 우리 군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제작하는 데 핵심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지구 저궤도에 1t 무게의 위성을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는 ICBM과 맞먹는 추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무급 탄도미사일보다 더 크고 강력한 고체엔진을 장착한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량의 핵무기와 ICBM을 보유한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이 IC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같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자체가 강력한 견제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차장은 브리핑에서 “안보상 필요하다면 800km 사거리 제한 문제도 언제든 미 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언급해 향후 지침의 추가 개정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미국이 대중 견제 차원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관련 제약을 모두 풀어 버릴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차세대 잠수함과 경항모 (도입은)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김 차장이 강조한 것도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 과정에서 향후 한국의 군사력이 대북 위주에서 주변국 견제 등 역내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한미가 공감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미국#미사일지침#대륙간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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