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를 갈라친 통조림… 트럼프 찬반 따라 싹쓸이-불매 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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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푸드 CEO 트럼프 찬양에 같은 히스패닉계, 배신감에 비난
트럼프 지지자들은 ‘먹방’ 공유
NBC “대통령 편견이 저항 불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히스패닉 식료품 회사 고야푸드의 통조림을 늘어놓은 채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스타그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히스패닉 식료품 회사 고야푸드의 통조림을 늘어놓은 채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스타그램
“‘고야 통조림’을 사는 사람은 친(親)트럼프 성향이다.”

대선을 100여 일 앞둔 미국에서 갑자기 콩 통조림이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마트에서 어떤 상표의 콩 통조림을 집느냐가 진영을 가르는 정치적 행위가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에 ‘콩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검은콩 통조림으로 유명한 고야푸드의 최고경영자(CEO) 발언에서 시작됐다. 로버트 우나누에 고야푸드 CEO는 9일 백악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같은 지도자와 동시대에 산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고 말했다. 고야푸드는 미국 최대의 히스패닉계 식료품 회사로, 주 고객 역시 히스패닉이다.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을 ‘강간범’ ‘범죄자’로 매도하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건설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낸 우나누에 CEO를 향해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우리가 먹여 살린 회사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맹공격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Goyaway(고야 퇴출) #Goyaboycott(고야 보이콧) 해시태그와 함께 고야 상품을 버리는 영상이나 다른 브랜드를 구입했다는 인증샷이 쏟아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고야 상품을 쓸어 담아 가서 통조림을 먹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반격했다. 조부모가 쿠바 출신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은 “내 조부모는 거의 90년간 고야 검은콩을 하루에 두 번씩 드셨다. 이제 좌파가 히스패닉의 문화를 없애고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 한다”며 #BuyGoya(고야를 사라)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도 15일 트위터에 통조림을 든 사진과 함께 “고야는 늘 옳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NBC는 “라틴사회의 이번 통조림 보이콧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시점에서 나왔다”며 “고야 보이콧은 대통령의 비뚤어진 편견에 대한 저항에 가깝다”고 평했다. 히스패닉계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5% 수준으로 역대 공화당 출신 대통령보다 낮다고 NYT는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트럼프#고야푸드#검은콩 통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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