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서부경남에 ‘제2진주의료원 설립’ 갈 길 멀다

진주-남해 등 공공병원 예정지 3곳, 인구 밀집도 적고 접근성 떨어져
예비타당성 조사만 2, 3년 소요 “완공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릴 듯”

(위쪽 사진) 경남도가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예정지 3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한 진주 옛 예하초등학교. (아래 사진)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학교 동쪽을 제외하고는 모두 항공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항공산업단지를 원활하게 조성하려면 옛 예하초등학교 터도 포함시키는 것이 좋긴 합니다. 하지만 이 학교 동문들은 (공단 편입보다) 보존을 희망한다고 들었습니다.”

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옛 예하초교 옆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 조성 공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고 있는 항공산단의 시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공단에서 학교 터만 제외돼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늘에선 공군 훈련기가 비행하고 있었다. 대략 40초에 한 대씩 왔다 갔다 했다. 소음도 적지 않았다.

이 학교는 지난해 3월 인근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으로 이전해 문을 열었다. 옛 예하초교는 동쪽으로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고 북쪽과 서쪽, 남쪽은 모두 항공산단으로 둘러싸여 섬처럼 남아있다.

옛 예하초교는 경남도가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선정한 ‘서부경남공공병원’ 후보지 3곳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2곳은 남해군 설천면 노량주차장, 하동군 진교면 진교중고교 인근 야산 등이다. 노량주차장은 사유지, 다른 2곳은 경남도교육청 소유다. 서부경남공공병원의 공간적 영역은 진주 사천 남해 하동 산청 등 5개 시군. 공론화에도 5개 시군에서 100명이 참여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앞으로 어떤 정치인도, 어떤 정치적인 변화가 오더라도 (공론화 결과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 사업 추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향후 행정절차를 밟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첫발은 뗐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3곳 가운데 최종 후보지를 고르는 작업도 어렵다. 우선 타당성 조사를 거쳐 행정적,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과하는 것이 1차 과제다. 현재 경남도서부청사가 입주해 있는 옛 진주의료원 건물과 부지만큼 좋은 조건이 없었지만 이곳은 제외됐다. 경남도가 “서부청사 이전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고, 진주 지역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 탓이다.

경남도가 자체적으로 속도를 내더라도 지나가야 할 관문은 여럿이다. 경남도 부담인 땅값을 제외한 1300억 원 안팎의 건축비와 장비비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국비 지원 300억 원 이상,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인 사업이면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이다. 통상 예비타당성조사엔 2, 3년 정도가 걸린다. 투자비와 수익을 따지는 특성상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남해 노량과 하동 진교 등은 인구 밀집도와 접근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문화유적, 학교와 가까운 것도 걸림돌이다. 옛 예하초교 역시 진입도로가 미로(迷路)인 데다 공단과 붙어 있는 것이 단점이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기본계획 수립과 실시설계,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조례 마련 등도 만만찮은 절차다.

이 때문에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공공병원 조기 설립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민관공동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공공병원이 완공되려면 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우선 내년에 경남도의 타당성 검토 예산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 2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지를 발표한 후 7년. 이를 대체할 공공병원이 다시 문을 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