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맨홀 근로자 2명 질식사… 안전장비 없는 상태로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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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공단서… 2명은 중상, 1명 쓰러져 구하러 들어갔다 참변
맨홀내 잔류가스 허용치의 30배… 폐지 찌꺼기 부패되며 가스 생긴듯

28일 오후 대구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 내 자원재활용업체 맨홀 질식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뉴스1
28일 오후 대구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 내 자원재활용업체 맨홀 질식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뉴스1
맨홀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인부 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인부들은 안전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28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42분경 달서구 갈산동 성서공단의 한 자원재활용업체에서 인부 4명이 맨홀 안에서 질식해 쓰러졌다. 혼자 맨홀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유모 씨(56)가 먼저 의식을 잃었고,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강모 씨(49) 등 3명이 유 씨를 구하기 위해 맨홀 안으로 들어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유 씨와 강 씨는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난 맨홀은 깊이 2m, 가로 2.1m, 세로 1.35m로 폐지 압축시설의 부속 시설이다. 압축시설을 가동하면 젖은 폐지 찌꺼기 등이 이곳으로 모이는데, 업체 측은 그동안 6개월에 한 번씩 청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맨홀 안에는 높이 40cm가량의 폐지 찌꺼기가 쌓여 있었다. 더운 날씨에 부패가 진행되면서 찌꺼기에서 유독가스가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소방당국이 사고 후 맨홀의 잔류가스를 측정한 결과 황화수소와 이산화질소, 포스핀 등이 허용 농도를 최대 3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유독물질에 중독되면 의식을 잃거나 호흡 마비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작업자는 산소마스크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사고를 당한 인부 4명 모두 발견 당시 장화 이외에 별다른 안전장비를 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과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안전장비 없이 작업을 하던 인부 1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10m 깊이의 맨홀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동료를 구하러 뒤따라 맨홀 안으로 들어간 포클레인 기사도 숨졌다. 이보다 앞선 4월에도 부산 사하구의 환기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하수관로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 3명이 맨홀 안에서 사망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맨홀 근로자#질식 사고#대구 성서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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