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줄자’ 글로벌 입지 발판으로 커터칼 시장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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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론

코메론은 2018 쾰른하드웨어쇼에 참여했다.
코메론은 2018 쾰른하드웨어쇼에 참여했다.
㈜코메론(강동헌 대표)은 회사 이름에서부터 ‘한국에서 만든 대표적인 줄자’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코메론은 KO(Korea·한국), ME(measure·계측), LON(섬유제품 접미사)을 합친 명칭이다. 처음엔 상표였지만 이내 곧 상호가 된 케이스다.

1963년 창업 이래 초창기엔 주로 절연테이프 생산에서 두각을 드러낸 업체였다. 1970년대 주 사업을 줄자 생산으로 전환한 계기가 있다. 그 무렵 선진국들은 높은 인건비로 집수리, 도배 등 간단한 가구를 직접 제작하는 건축 문화(DIY)가 자리를 잡았고 건축과 DIY의 필수품인 줄자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 전환 이래 해외시장 공략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품질을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주요국 시장에서 자리 잡은 뒤에는 리스크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이 보장됐다.

현재 코메론은 줄자 분야서 톱3 업체 중 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코메론 강동헌 대표는 “줄자 하나로 글로벌화한 기업은 국내에서 코메론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이 도전하지 않던 시장에서 먹거리를 발굴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코메론이 글로벌 시장에서 적응하기까진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차별화 전략 통해 성장 가능성 높여
흔히 업계에선 코메론의 글로벌 시장 성공 비결로 본질에 충실한 기능과 감성 디자인을 꼽는 이들이 많다. 우선 기능 면에선 안전과 편의성, 내구성 등을 부각해 왔다.

흔히 기본기라고 여기는 본질적인 요소들이다. 원하는 만큼 부드럽게 빼고 넣을 수 있는 ‘셀프락 줄자’ △줄자에 자석을 달아 철재에 부착해 혼자서 측정이 가능한 ‘자석훅’ △물에 녹이 슨 줄자의 단점을 보완한 ‘스테인리스 줄자’ △기존 줄자보다 테이프 내마모성이 8배 이상 높은 ‘나일론 코팅테이프’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코메론의 특허, 의장, 상표 등 출원 및 등록 건수는 200여 건에 달한다. 줄자 전문기업에서 연관된 제품 톱 등을 바이어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한 줄자 사업부와 줄자 생산을 위한 ‘압연 사업부’, 그리고 자동차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시몬스아이케이’의 자회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코메론은 1984년 한국산업표시인증인 KS 1급을 획득했고 1990년 동종업계 최초로 외국회사로서 일본 공업 규격인 JIS 1급을 획득했다. 이어 유럽 CE 마크 획득을 통해 품질(정밀도,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임을 인정받았다. 기능과 품질로 승부하는 기업이라는 명성도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금속성의 무채색이 대부분인 공구시장에 기능성은 높였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 디자인을 가진 유채색 제품을 선도적으로 선보인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더 넓힐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소비자가 구매를 할 때 고려하는 포인트들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수익성 강화 움직임… 위기에 강한 기업
현재 코메론은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생산과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력 또한 특화돼 있다.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중국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두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계속해 왔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 나간 덕분에 위기에서 더 강한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강 대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과 1998년 외환위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매출에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무리한 외형 확장이 아닌 내실 경영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엔 어렵지 않게 대처해 왔지만 경쟁업체들의 난립으로 인한 위기는 있었다. 경쟁사는 낮은 가격을 앞세운 대만의 줄자 회사가 성장하면서 한때 위기감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영업과 마케팅을 위해 1997년 미국에 현지 판매법인 설립을 결정하고 현지화 전략을 통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해외시장 진입 초기엔 낮은 인지도로 제품 판매는 부진했다. 미국법인 설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동부지역을 덮친 허리케인으로 창고에 보관돼 있던 많은 줄자가 망가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곧 전화위복이 됐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당시 현장을 보도하던 CNN을 통해 형형색색의 코메론 제품들이 미국 전역으로 방송이 됐고 그 보도를 보던 세계 1위 유통회사인 월마트 바이어에게서 연락이 와서 첫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업계 주요 관계자들은 코메론의 성공을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순 없다고 말한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부여잡을 수 있는 실력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사업으로 거침없는 확장
부산 사하구 본사 내 디자인센터 전경.
부산 사하구 본사 내 디자인센터 전경.
최근 코메론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발판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다각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코메론은 커터 칼을 직접 제조해 시장에 출시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커터 제품이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마케팅과 영업적 노력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커터 제품에 대해 “제2의 코메론 줄자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한 단계씩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는 일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며 올해도 여전히 해야 할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사업 확장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함으로써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회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수록 국내 경제도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소신이다. 그 점에서 국가가 새로운 투자를 강요하기보다는 기업이 시장 원칙에 따라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도 드러냈다. 최근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 논란과 관련해 그는 “현금은 위기 시 체력이 되기도 하고 좋은 투자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탄이 되기도 하는데 비업무용 자산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 대표는 외부의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강동헌 대표 인터뷰 ▼
직원-고객 섬기는 경영, 소통하는 기업문화 만들터

코메론 강동헌 대표(사진)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강조해온 그는 회사의 구성원들과도 자주 의견을 교환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 그가 소통과 관련해 특히 강조하는 키워드는 ‘섬김’이다.

강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배려와 섬김의 자세에 대해 얘기한다. 특히 간부들에게 아랫사람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고객에게 설명하듯 섬김의 자세로 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 직원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경청하는 회사가 기회를 더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구성원들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코메론은 완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주주와 소비자를 직접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섬김의 자세가 습관화돼야 주주와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자세에서 고객의 제안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성장과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사회 봉사활동을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섬기는 자세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직원들이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이 자신의 자녀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란 그만큼 사업 성과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사업 지속성이야말로 회사가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지 혜택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외부의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강 대표는 “회사의 내실을 중시하는 것도 회사의 경영 성과가 뒷받침돼야 직원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중소벤처기업#기업#코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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