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尹겨냥 “장관 말 들으면 좋게 지나갈텐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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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초선포럼서 고강도 비난
“지휘랍시고 일 꼬이게 만들어… 해방된 것 모르고 日경찰 부른것”
다른 행사선 “檢 스스로 왜곡수사”… ‘檢과의 협력’ 文대통령 당부 무색
검찰은 공식발언 자제한 채 침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주최 초선 의원 대상 혁신포럼 ‘슬기로운 의원생활’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주최 초선 의원 대상 혁신포럼 ‘슬기로운 의원생활’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고, 틀린 지휘를 했다.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작심 비난을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진정 사건의 조사 주체를 놓고 윤 총장을 연일 비판해 온 추 장관은 이날 공개석상에서 4분여에 걸쳐 전례를 찾기 힘든 표현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검은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한 채 침묵을 이어갔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개최한 ‘초선의원 혁신 포럼’에 참석했다. 추 장관은 포럼 강연자로 나와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 일해 본 법무부 장관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8조를 거론하며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하라고 했는데 총장이 (이를) 어기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내려보내고, (이후 다시 총장이) 대검찰청 인권부에서 총괄해 보라고 했다”며 “장관이 지휘했으면 따라야 되는데 (총장) 본인이 다시 지휘를 했다”고 했다.

그는 “검찰청법에 재지시가 없지만 (총장이) 말을 안 들으면 재지시를 내리겠다고 했다”며 “검찰 오류로 장관이 재지시를 내린 게 검찰사에 남으면,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역대 장관이 이런 총장과 일해본 적도 없다. 제가 샤워하며 재지시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해방이 돼서 전부 태극기를 들고 나와 대한민국 독립만세를 외쳐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일제 경찰을 불러서 신고해야 한다고 하는 건 시대 흐름을 모르는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민주당 초선 의원 30여 명은 발언 중간중간에 박수를 보냈고, 일부 참석자는 추 장관에게 “(21대) 국회의원을 했으면 최초 여성 국회의장이 됐을 것”, “대통령을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날 강연에 앞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 축사를 통해서도 “정권 봐주기 수사, 정권 코드 수사 또는 경우에 따라서 검찰 스스로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그런 수사를 우리는 목격했다”며 “수사와 기소는 분리되는 게 좋다라고 했더니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 정신에 부합하는 올바른 공정한 검찰권의 행사가 있었던가를 우리는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을 당부했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윤 총장을 거론하지 말라며 당내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여권 내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공세가 잇따르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23일 “자신의 장모 혐의는 물론 검찰 제 식구 감싸기와 야당의 명백한 비리 사건은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법꾸라지를 넘어 법뱀장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야 할 수준”이라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 “윤 총장이 결단할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추 장관 역시 이날 문 대통령의 협력 당부에 대해 “인권수사 제도 개선에 대해서 협력하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다빈 empty@donga.com·황성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초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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