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야 돌아온 전사자… 살아도 못오는 국군포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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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70주년 끝나지 않는 비극]

전투기 6대 호위 받으며 공중급유기로 유해 봉환 6·25전쟁에서
 전사한 국군 유해 147위가 70년 만에 머나먼 길을 돌아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2018년 북한이 미국으로 보낸 유해 중 
국군으로 판정된 유해들이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 히컴공군기지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인수받은 국군 유해를 공군 장병들이
 공중급유기로 옮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군 전투기가 공중급유기를 엄호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전투기 6대 호위 받으며 공중급유기로 유해 봉환 6·25전쟁에서 전사한 국군 유해 147위가 70년 만에 머나먼 길을 돌아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2018년 북한이 미국으로 보낸 유해 중 국군으로 판정된 유해들이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 히컴공군기지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인수받은 국군 유해를 공군 장병들이 공중급유기로 옮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군 전투기가 공중급유기를 엄호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1950년 12월 8일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미군이 주축이 된 유엔군과 중공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전사자가 속출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퇴로를 여는 과정에서 미군의 인명 피해는 막심했다. 미 7사단에 배속된 박진실 일병 등 한국군 다수도 격전을 치르다 산화한 채 동토의 땅에 그대로 묻혔다. 장진호전투(1950년 11월 26일∼12월 11일)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 2대 겨울 전투로 꼽힌다.

그 후로 70년의 세월이 흐른 24일 오후 5시 4분경. 태극기로 감싼 박 일병의 유해 운구함을 실은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기(KC-330)가 F-15K 등 전투기 6대의 엄호를 받으며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안착했다. 그를 포함해 장진호와 평남 개천, 평북 온산 등에서 공산군과 싸우다 전사한 국군용사 147위의 유해가 고국으로 봉환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귀환한 국군용사들을 엄호한 F-15K 조종사 중에는 6·25 참전 조종사 고 강호륜 준장의 손자 강병준 대위도 있었다. 최초의 공군 조종사인 강 준장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 공군의 F-51D를 일본에서 인수한 뒤 단 한 번의 비행훈련을 받고 작전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낙동강 전선 방어 작전 등 78회 전투에 참여했다.

조국에 목숨을 바친 호국 영웅들의 뒤늦은 귀환을 애도하듯 궂은 하늘에선 굵은 빗줄기가 내내 흩뿌렸다. 유해들은 미국이 북한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속에 뒤섞여 하와이의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에 보관돼 오다 국군 전사자로 확인되는 데 길게는 30년이 걸렸다.

이날 6·25 전사자들의 ‘마지막 귀환’을 지켜보는 귀환 국군포로와 북한에 남겨진 국군포로 가족들의 심경은 더욱 착잡하기만 했다. 14년 전 생사를 걸고 두만강을 넘어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이성우 옹(90)은 “이젠 북한에 남은 국군포로는 대부분 90대다. 몇 명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정부가 데려와야 한다”고 했다. 10여 년 전 탈북한 국군포로의 딸인 김모 씨는 “북한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평생 박해와 고초를 겪다 숨을 거둔 아버지가 생각났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국군포로 귀환에 미온적이었다. 비핵화 대화가 시작된 뒤로는 국군포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북한에 국군포로 송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북에 남겨진 국군포로는 사실상 ‘잊혀진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2014년 기준 국군포로 400명가량이 아직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이대로 가다간 머잖아 북한 내 국군포로 대부분이 생을 마감할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그들의 헌신에 빚을 진 만큼 조속한 송환을 위해 특단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6·25 70주년#국군 포로#국군전사자#유해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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