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박물관-미술관 가득한 문화도시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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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2023년까지 9곳 신설계획 발표
단순 유물보관 넘어 체험-특성 살려… 한식-로봇-공예 등 주제도 다양화
도봉-금천 등 인프라 약한곳 보강도… “모든 시민 지역격차 없이 문화향유”

스페인 북부, 약 35만 명이 사는 도시 빌바오. 이곳은 제철소와 조선소가 번성한 도시였으나 1980년대 스페인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방정부는 경제를 살릴 방안으로 문화산업을 택했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빌바오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1997년 미술관이 문을 열자, 이 작은 도시는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미술관 개관이 수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가져다 준 점을 들어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서울시가 빌바오의 사례처럼 박물관, 미술관 개관을 통한 문화도시 이미지 구축과 지역 활성화에 나선다. 시는 ‘박물관·미술관 도시,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3년까지 박물관과 미술관 9곳을 열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 권리 확대와 지역 간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해 2015년 시작됐다.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박물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를 담은 특색 있는 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하는 데 앞장서자는 취지다.

올해는 종로구의 옛 풍문여고 부지에 서울공예박물관이 문을 연다. 이곳은 시대별 대표 공예품을 전시하고 공예교육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내년에는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과 종로구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가칭), 한식문화관이 잇따라 개관한다.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은 성곽을 따라 지어진 전시실에서 발굴·보존 과정, 시대별 축조 방식 등을 볼 수 있다. 한식문화관은 삼청각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다. 2022년에는 도봉구 창동에 로봇과학관이 들어선다. 2023년에는 서서울미술관, 서울사진미술관, 풍납동 토성박물관이 각각 개관할 예정이다.

2018년 종로구에 세워진 돈의문역사관. 서울시 제공
2018년 종로구에 세워진 돈의문역사관. 서울시 제공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박물관은 128곳, 미술관은 47곳으로 총 175곳이 있다. 프랑스 파리(313곳), 미국 로스앤젤레스(231곳), 영국 런던(215곳)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 적다. 인구 100만 명당 개수도 서울은 17개로 파리(149곳), 로스앤젤레스(61곳), 런던(26곳)보다 매우 부족한 편이다.

지역이나 주제 역시 편중도가 심하다. 박물관의 경우 55곳이 종로구, 17곳이 중구로 절반 이상이 도심에 몰려 있다. 주제도 74곳이 역사나 민족을 다룬다. 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과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갤러리 형태의 소규모다.

이성은 서울시 박물관과장은 “노원 도봉 금천 등 문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확충해 도심이나 강남 지역과의 문화 격차를 줄이고 주제의 다양성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개관한 시설들은 교육·체험·소통공간으로 운영되며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채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역에는 2017년 4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씨의 집터에 백남준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그 이듬해에는 이음피움봉제역사관을 개관해 ‘대한민국 봉제산업 1번지’라는 의의를 살려 각종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개관한 서울생활사박물관과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각각 생활사와 향토민요를 전시 주제로 잡았다.

시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박물관·미술관도시 서울정책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 누구나 지역 간 격차 없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박물관과 미술관을 확충해 서울을 세계적인 박물관·미술관 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서울시#문화도시#박물관#미술관#빌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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