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빵선비’와 떠나는 2020년 서울 빵집 순례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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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완 신간 만화 ‘빵선비와 팥쇠’

온 국민이 1년 내내 다이어트하는 시대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빵.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빵을 좋아한다면 이달 초 발간된 나인완 작가의 만화책 ‘빵선비와 팥쇠: 서울빵집들’(브레인스토어·사진)은 행복한 읽을거리다. ‘빵을 먹고 싶다’는 애끓는 욕망을 억지로 누르고 있는 독자에게도 적잖은 대리 포만감을 안겨줄 것이다.

도입부가 유쾌하다. 주인공은 1730년 조선 후기 한양에 살던 식탐꾼 선비다. 사신으로 청나라에 다녀온 형이 가져다준 빵을 처음 맛본 뒤 앉으나 서나 누우나 ‘빵을 더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꿈속에서 만난 빵신령의 인도로 “마음껏 빵을 먹을 수 있는” 2020년 서울로 타임슬립한다. 선비는 “세상의 모든 빵을 맛본 후에야 조선시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조건에 기뻐하며 몸종 팥쇠와 함께 빵 기행을 떠난다.

아재 코드를 가진 독자에게는 충분히 재미있는 유머와 더불어 빵의 종류별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1636년 초승달 문양 깃발을 내세우고 쳐들어온 오스만제국 군을 막아낸 뒤 오스트리아 제빵사가 만든 초승달 모양의 빵 크루아상, 크림과 딸기잼을 바르는 순서에 따라 데번식과 콘월식으로 구분되는 영국 빵 스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버무렸다.

백미는 지극히 사실적인 사진을 곁들인 종류별 유명 빵집 탐방 리뷰다. 저자는 “개인적 의견이며 평가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예쁘고 먹음직해 보이도록 할 의도를 말끔히 치운 사진과 글이 현장감 넘치는 유용한 도움말을 전해준다. 일단 먼저 급하게 한입 크게 베어 문 뒤 촬영한 듯 보이는 사진이 적잖다. 다 읽고 나니 포근한 수플레와 달콤한 메이플 시럽 향이 입가에 맴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나인완#신간 만화#빵선비와 팥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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