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큰고니 커플, 24년만에 새끼 갖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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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총상 입고 구조뒤 번식 실패… “인간 노년기 나이에 늦깎이 부모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암컷 ‘낙동’(왼쪽 위)이 새끼 ‘미오’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암컷 ‘낙동’(왼쪽 위)이 새끼 ‘미오’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의 새끼가 태어났다. 16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컷 ‘날개’와 암컷 ‘낙동’ 사이에서 ‘미오’가 태어났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큰고니 커플이 새끼 부화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큰고니는 멸종위기생물로 기러기목 오릿과에 속한다. 몸길이 약 1.5m, 펼친 날개 길이가 2.4m로 암수 모두 순백색이라 흔히 백조로 불린다. 아이슬란드에서 러시아 시베리아에 걸친 툰드라지대에서 주로 서식한다. 큰고니는 보통 이른 봄 짝짓기를 한 뒤 4, 5월경 산란하고 약 40일 암컷이 알을 품은 뒤 새끼가 부화한다.

날개와 낙동은 1996년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부근에서 날개 부위에 총상을 입은 채 조류보호협회에 구조됐고 에버랜드 동물원에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은 구했지만 날개 일부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날지 못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큰고니 커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동물원에 서식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24년간 새끼 번식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하고 낙엽과 억새 등을 인근 야산에서 직접 가져와 둥지를 만들었다. 임신 및 산란기에는 큰고니 커플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타민, 칼슘 등이 포함된 영양식도 공급했다.

이런 노력으로 큰고니 커플은 인간의 노년기에 해당하는 나이에 ‘늦깎이 부모’가 됐다. 아기 큰고니 미오는 현재 어른의 주먹만 한 크기로 회갈색 털을 갖고 있지만 약 5, 6개월 후에는 흰색 털을 뽐낼 예정이다. 이지연 에버랜드 사육사는 “낙동은 미오를 따뜻하게 품어 주고 있고 날개는 불편한 몸에도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큰고니#천연기념물#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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