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1도움 네이마르 폭풍… ‘도넘은 엄살’엔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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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는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도 ‘엄살’ 논란으로 체면을 구겼다. 사마라=신화 뉴시스
네이마르는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도 ‘엄살’ 논란으로 체면을 구겼다. 사마라=신화 뉴시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구른다. 축구공·볼링공에 합성돼 구르고,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들과 함께 구른다.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이후 조롱의 대상이 된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다. 네이마르는 2일 러시아 사마라에서 열린 멕시코전에서 미겔 라윤에게 발목을 밟힌 뒤 보인 반응으로 ‘엄살 논란’에 휩싸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네이마르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모습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후반 27분 라윤이 그라운드에 앉아있는 네이마르 쪽으로 다가가 공을 줍다 네이마르의 발목을 밟았다. 다소 고의적으로 발을 밟힌 듯했던 네이마르는 오른쪽 발목을 잡고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뒹굴었다. 주심이 잠시 경기를 중단하고 비디오판독(VAR) 심판의 의견을 물었으나 파울을 선언할 만큼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해 경기를 속행했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 같던 네이마르는 잠시 뒤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라운드를 누볐다.

네이마르는 이날 후반 6분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43분 멕시코의 왼쪽 측면을 돌파하며 동료인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추가 골을 넣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밟힌 강도에 비해 과한 액션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네이마르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가 끝난 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팀 감독은 “축구의 수치다. 축구는 누워서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이 강렬하게 충돌하는 경기”라며 네이마르를 강하게 비난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BBC 해설위원 코너 맥나마라는 “마치 악어에게 물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것 같다”며 비꼬았다. BBC는 1골 1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끈 네이마르에게 양 팀 통틀어 최하점인 평점 4.76점을 줬다.

그러나 논란이 분분하다. 심판 판정과는 달리 라윤이 네이마르의 발을 밟은 것은 고의성이 짙었다는 의견도 많다. 네이마르는 “멕시코의 축구 스타일은 무엇보다 나를 부상 입히고 약하게 하려는 시도”라며 멕시코의 거친 플레이에 불만을 드러냈다. 라윤이 밟은 네이마르의 오른쪽 발목은 불과 5개월 전 부상당한 부위다. 여기서 회복돼 복귀한 지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올해 2월 네이마르는 마르세유와의 리그1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해 일어서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틀 뒤 발목 인대 염좌와 중족골(발목과 발가락 사이의 뼈) 골절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네이마르의 월드컵 불참을 우려한 브라질축구협회는 주치의를 파리로 파견해 네이마르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부상의 악몽은 4년 전에도 네이마르를 덮쳤다.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생애 첫 월드컵에서 네이마르는 8강전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와 충돌해 척추 부상을 당했다. 조별리그에서 4골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활약하던 네이마르는 이 부상으로 즉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이후 4강에서 독일을 만난 브라질이 1-7이라는 역사에 남을 스코어로 무너지는 모습을 병원에서 지켜봐야 했다. 당시 네이마르는 이를 두고 “내 인생 최고의 시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마르는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도 ‘엄살’ 논란으로 체면을 구겼다. 멕시코의 미겔 라윤에게 발목을 밟힌 뒤 보인 반응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가다. 밟힌 발목을 붙잡고 그라운드를 뒹구는 네이마르를 패러디한 장면. 트위터 캡처
네이마르는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도 ‘엄살’ 논란으로 체면을 구겼다. 멕시코의 미겔 라윤에게 발목을 밟힌 뒤 보인 반응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가다. 밟힌 발목을 붙잡고 그라운드를 뒹구는 네이마르를 패러디한 장면. 트위터 캡처
네이마르의 ‘엄살’은 분명 비신사적 행동이지만 그에게 파울을 동반한 집중 견제가 쏟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혼자 10개의 파울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네이마르에 대한 ‘테러’란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였다. 175cm, 68kg으로 장대한 체격이 아닌 네이마르로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액션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소위 에이스로 불리는 선수들은 자기 보호를 위해 과장된 액션을 워낙 많이 해왔다. 물론 네이마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기는 어렵지만 월드컵 때마다 스타 선수에 대해 파울을 동반한 강한 압박이 들어갔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네이마르는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번 월드컵 첫 골을 넣은 뒤 경기장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내가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며 “내 눈물은 기쁨과 난관의 극복 그리고 승리를 향한 열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시뮬레이션 ::

선수가 경기 도중 부상이나 파울을 당한 척하며 심판을 속이려 하는 행위.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에 해당돼 옐로카드를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네이마르#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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