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강석 목사]꽃송이가 모여 봄이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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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북미정상회담과 교회의 염원-사명

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로 기다렸다. 우리나라만큼 평화가 절실한 민족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교계에서 주최한 기도회에서 평창 올림픽을 평화의 설국열차로 비유한 축시를 낭송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여/꿈과 희망의 설국열차가 되어 달려가거라/저 녹슨 휴전선을 넘어 평화의 눈꽃을 피워라.”

올해 3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반성과 화해로 통일의 꽃길을 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국론 통합을 이루고 남북화해로 가는 평화통일의 꽃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설교 서두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으로 출발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화해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정 국가안보실장이 북-미대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나의 인사말을 문 대통령의 인사말로 인용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5000여 명의 목사님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고 말한 것이다. 평소에 목사들의 격려와 기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를 매개로 한 대화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특사단이 전하는 한반도의 평화 의지에 호응하며 흔쾌히 북-미대화를 수락함으로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외교적 쾌거를 이룬 것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 국회대강당에서 열린 평화기도회에서도 메시지를 전하고 축시를 낭송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여!/이제는 위장된 평화가 아닌 진정한 봄을 오게 할 꽃송이여!/상처와 긴장, 불면의 겨울밤을 지나 치유와 화평의 봄을 깨우는/봄꽃 전령사의 가슴 부풀게 하는 종전(終戰)의 발자국 소리여!”

마침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두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행보로 평화의 꽃밭을 일구는 모습을 목도하게 됐다. 봄이 되어서 꽃이 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가 모여 평화의 봄이 오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달 4일 국회대강당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서도 대한민국에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 소식이 들려오고 평화의 새봄이 밝아오기를 기원하는 축시를 낭송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꽃송이를 피우고/북의 언덕의 꽃샘추위와 이상 한파가 몰려왔지만/북-미회담이라는 역사적 꽃마차가 달리게 되었으니/아, 이 어찌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의 손길이 아니리오/(중략)/주여,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하여 /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와 종전을 선포하는 / 깊고 푸른 역사의 첫 페이지가 기록되게 하소서.”

꽃샘추위로 가슴 조였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2일 싱가포르에서 드디어 역사상 최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물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종전선언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평화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평화의 봄은 단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 하나하나가 모여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나는 누구보다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의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러한 때, 한국 교회가 한마음으로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어떤 한 정파 라인에 서면 안 된다. 극단적 보수처럼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 된다. 반대로 극단적 진보처럼 맹목적으로 찬성하고 지지만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평화의 분위기를 지지하고 박수를 쳐야 한다. 동시에 국가안보와 한미동맹을 더 견고하고 철저하게 구축해야 한다.

2015년 8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국교회 평화통일기도회. 이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20여만 명이 참석했다. 새에덴교회 제공
2015년 8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국교회 평화통일기도회. 이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20여만 명이 참석했다. 새에덴교회 제공
굳건한 안보 위에 남북 평화체제가 조성되면 한국 교회도 독일 교회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서독 정부는 동독과 대치 상황에서도 교회를 통해서 동독 교회를 조건 없이 섬기고 지원하도록 했다. 그리고 교회는 크리스천 목사와 보네베르거 목사를 위시해 통일기도운동을 주도하여 처음에는 30명이 시작해서 30만, 50만이 모이는 평화통일 기도회로 발전하여 결국에는 통일의 꽃길을 열지 않았는가.

우리 정부도 한국 교회가 평화통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치를 잘해서 평화가 올 수도 있지만 정치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하지 못할 일을 교회가 얼마든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을 이루는 한 송이 꽃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한 송이, 한 송이의 꽃이 피어 한반도에 평화통일의 봄을 오게 할 것이다. 왜냐면 꽃송이 하나로도 봄이 오기 때문이다.
#이 땅에 평화를 주소서#개신교#종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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