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선택한 바이올린, 운명처럼 제게 왔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3일부터 독주회 여는 김다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스승 양해엽 전 교수의 아들인 첼리스트 양성원과 협연을 펼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스승 양해엽 전 교수의 아들인 첼리스트 양성원과 협연을 펼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인연이 묘하다.

명품 고(古)악기를 젊은 연주자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는 금호아시아나재단은 1997년 원로 바이올리니스트인 양해엽 전 서울대 음대 교수에게 악기 선택을 부탁했다. 양 전 교수는 1740년에 제작된 도미니쿠스 몬타냐나(당시 10억 원 안팎으로 감정) 바이올린을 추천했고, 재단은 그 악기를 구입했다. 이후 몬타냐나는 많은 국내 젊은 연주자에게 대여돼 꿈의 크기를 키웠다.

20년이 흐른 뒤 이 고가의 바이올린은 추천한 교수의 애제자 품에 안겼다. 3월 오디션을 거쳐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27)가 3년간 몬타냐나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그는 바이올린을 시작한 7세 때부터 7년간 양 전 교수를 사사한 경험이 있다.

김다미는 3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년 5개월 만에 바로크와 낭만파 음악의 대표곡들로 독주회를 갖는다. 연주회에 앞서 만난 그는 “오디션 전 스승님이 ‘합격하면 꼭 몬타냐나를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셨다”며 “제자가 자신이 선택한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다미는 한동안 자기 악기가 없었다. 초등학생 때 잠깐 부모가 어렵게 구입한 3000만 원 상당의 바이올린을 썼지만 14세 때 미국 음악 명문인 커티스음악원에 입학하면서 팔았다. “학교와 재단, 그리고 콩쿠르 부상으로 받은 악기를 대여해 썼어요. 몬타냐나가 제 6번째 바이올린이죠. 이제 3년간 걱정 없이 좋은 악기를 쓸 수 있어 행복해요.”

그가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 때만 해도 부모는 국내 명문대 진학에 시집을 잘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이 ‘변수’였다. 그는 20대 초반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렸다. 2010년 파가니니 콩쿠르(1위 없는 2위), 2012년 하노버 콩쿠르(1위) 등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세계 최고 클래식 축제인 루체른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리사이틀을 하며 데뷔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4년 4위를 차지한 인디애나콩쿠르 뒤 콩쿠르 출전을 접었다. “콩쿠르 연주 동영상을 보니 제 연주가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콩쿠르를 통해 연주 기회와 지명도를 얻었지만 콩쿠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는 올해부터 콩쿠르 대신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독주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했다. “음악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남이 그렇게 평가한다는 것이잖아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음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 자신이 만족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거예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다미#바이올린#독주회#세종문화회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