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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권노갑 “평생 민주화 이끌었는데… 黨의 민주화는 못이뤄”

입력 2016-01-13 03:00업데이트 2016-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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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계-친노 결별]
탈당 직후 DJ묘역 찾은 권노갑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당 통합을 위해 노력했지만 더 버틸 힘이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직후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 제공
1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회견을 마친 권노갑 상임고문은 곧바로 국립서울현충원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으로 갔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반이면 거르지 않고 동교동계 ‘식구’들과 함께 찾는 곳이다. 이날은 혼자였다. 김 전 대통령 묘 앞에 선 그는 굳은 표정으로 참배했다. 분향한 뒤 그는 눈을 감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 권 전 고문은 탈당 회견에서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서도 “이제는 문재인 대표와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야권 세력 재편이 본격화됐다. 권 전 고문의 탈당이 기름을 끼얹었다. DJ의 ‘분신’이라는 그의 탈당은 호남이라는 더민주당의 확고한 지역적 기반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사실상 분당(分黨)이다.

재·보선 땐 도왔지만… 지난해 4월 10일 4·29 재·보선을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권노갑 상임고문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9개월 만인 12일 권 고문은 탈당을 선언했다.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절이 떠난다는 게 마음 아프다”

권 전 고문은 1961년 DJ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2009년 DJ가 서거할 때까지 늘 곁을 지켰다. 이후 현실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그의 탈당은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이후 불편한 동거를 해 온 당내 ‘친노(친노무현)’ 세력과의 결별로 받아들여진다. 당시에는 친노 세력이 당을 나갔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처지가 됐다.

권 전 고문은 최근 주변에 “DJ가 절인데 절이 떠난다는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고 김희철 전 의원이 전했다. DJ와 동교동계가 당을 만든 주인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얘기다. 하지만 권 전 고문은 “호남에서 보니까 탈당하지 않는 게 오히려 DJ 정신에 반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DJ 묘역 참배 후 15일 탈당할 예정인 정대철 상임고문과 오찬을 함께했다. 오후에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숙고에 들어갔다. 정 고문의 부친인 고 정일형 박사도 야당사의 정신적 뿌리다.

권 전 고문은 조만간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은 “권 고문과 정 고문의 탈당으로 더민주당은 이제 야당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잃게 됐다”며 “60년 정통 야당의 정체성을 새로운 당에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동교동계의 이탈은 사실상 분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탈당으로 더민주당은 수도권 일부, 친노·386운동권 중심의 협소한 정당으로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표는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새롭게 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논평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쇄 탈당 속에서 특정인의 탈당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확산되는 탈당 바람

범동교동계의 탈당 러시도 본격화됐다. 김옥두 이훈평 남궁진 윤철상 박양수 전 의원 등이 이날 탈당계를 냈다. 박지원 의원은 “다음 주 중 (호남의) 이윤석 김영록 박혜자 이개호 김승남 의원 등과 탈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J 고향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 이윤석 의원은 “DJ 정신의 계승자들이 당을 떠나고 있다. 권 전 고문과 상의하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인천 계양을 최원식 의원도 이날 눈물을 흘리며 탈당했다. 최 의원이 탈당하면서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더민주당을 탈당한 현역 의원은 안 의원을 포함해 12명으로 늘었다. 13일에는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 의원(광주 남)의 탈당이 예고돼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호남 의원 30명 가운데 더민주당 소속은 13명만 남는다.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에 이어 전북에서 다른 의원 2, 3명도 탈당을 고민 중이다. 더민주당 이탈 바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영선 의원은 “당을 수습할 시간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열흘 정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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