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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전투하듯 점심… 남은 건 소화불량

입력 2015-10-15 03:00업데이트 2015-10-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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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196>동료 배려하는 식사문화를
지난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A 씨(30·여)는 회사를 옮긴 뒤로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A 씨는 그 원인을 점심 식사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 회사는 바깥 식당에 가려면 차로 15분이 넘게 걸리는 외진 위치 때문에 주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한데 A 씨를 제외한 팀원들이 모두 남성이다 보니 10분 만에 게 눈 감추듯 식사를 끝낸다. A 씨는 그 속도를 맞추려다 탈이 난 것이다.

점심시간은 직장인의 ‘오아시스’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근무 시간 중 거의 유일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누군가에게는 힘든 시간이 되고 있다. 온라인 리서치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직장인 5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같이 밥 먹기 싫은 동료 유형’으로 응답자의 15%가 ‘밥을 너무 빨리 혹은 천천히 먹는 스타일’을 꼽았다. A 씨는 “식사 속도가 남들에게 민폐일 만큼 느린 수준도 아닌데 매번 눈치를 보게 된다”며 “비슷한 사정의 옆 팀 여성 동료는 매일 밥을 남기다 보니 원치 않게 살이 빠지고 있다더라”라고 토로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항상 구내식당만 찾는 동료(4.3%)나 반대로 시간이 부족한데도 매일 ‘맛집 탐방대’를 자처하는 이들(10.9%)도 원성의 대상이 된다. 전자는 ‘먹는 즐거움’을, 후자는 ‘달콤한 휴식’을 앗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한 대기업의 B 차장은 “젊은 팀원들이 매일 새로운 맛집을 찾아내는데, 이제는 택시를 타야 갈 수 있는 삼청동이나 인사동까지 영역이 확대됐다”며 “다녀오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유형을 제치고 같이 밥 먹기 싫은 직장동료 1위로 꼽힌 유형은 ‘너무 게걸스럽게 먹는 스타일’(27.9%)이다. 이런 유형의 동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C 씨는 “먹는 모습과 쩝쩝대는 소리, 트림으로 풍기는 냄새, 튀기는 음식물 등 때문에 오감이 모조리 불쾌해진다”며 “복스럽게 먹는 것과 게걸스러움의 차이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식사습관이 상대방의 ‘오아시스’를 침범하지는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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