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보험료 오르는데 서비스 불만족”… 85%가 10년內 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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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 가입 실손보험 축난다]‘국민보험’ 급성장… 보완도 필요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국민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102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5.7% 증가했다. 65세 노인의 경우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321만9000원에 이른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로 정점을 찍은 후 2013년 62%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건강보험이 충당해주지 못하는 의료비 부담을 해결할 수단으로 많은 사람이 실손 의료보험을 선택하고 있다. 올해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0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의 ‘국민 보험’이 된 셈이다.

○ 건강보험으로 부족한 부담 덜어줘 급성장

2003년 국민건강보험을 보조하는 민간보험 형태로 처음 도입된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 상해로 입원했을 때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 비율(80∼90%)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물리치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받아 진료비 596만 원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진료비 396만 원을 부담하지만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 200만 원은 환자가 납부해야 한다. 한꺼번에 지불하기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실손보험에 들었다면 보험 종류에 따라 80∼90%(160만∼180만 원)를 보상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는 수술, 항암 치료에서부터 MRI, 내시경 등 특수 검사까지 폭이 넓고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질환, 행동 장애는 환자의 진술과 행동에 의존해 진단하고 발병 시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상에서 제외됐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은 증상이 비교적 명확한 뇌질환, 뇌손상, 우울증, 불면증 등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까지 보장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에 보험사마다 동일한 상품으로 표준화되면서 보장이 크게 축소됐다. 이전까지는 보험사별로 실손보험의 보장 내용이나 한도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과당경쟁을 벌였고 일부 가입자는 중복 가입해 병원비를 이중, 삼중으로 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보장 한도 역시 많게는 1억 원까지 보장했지만 통원 30만 원, 입원 시 5000만 원으로 동일하게 바뀌었다. 자기부담금도 새로 생겼다. 이전까지는 실제 나온 병원비 전액을 보상했지만 무분별한 보험금 청구 등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 가입자에게 병원비의 10%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 제2의 건강보험 되려면 업그레이드 필요

민영보험인 실손보험이 폭넓은 보장범위 등을 자랑하며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2012년 금융당국이 파악한 실손보험 가입자의 10년 유지율은 14.7%에 불과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100명 중 85명은 서비스에 불만을 느껴 가입 기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험을 해지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크다. 실손보험 대부분은 처음 가입한 후 일정 기간마다 가입자의 연령이나 병력 등을 따져 다시 보험료를 산출해 계약하는 갱신형이다. 가입할 때에는 보험료가 저렴했어도 가입자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보험료가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보험료를 연 2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올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자기부담금이 20%인 상품만 판매하게 했다. 병원비가 10만 원이 나왔다면 가입자가 2만 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과잉 진료를 막아 실손 보험료를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과연 이 같은 조치가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지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보험 상품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실손보험은 보험사별로 보험료만 다를 뿐 보장 내용은 똑같다. MRI 같은 고가의 시술은 보장하지 않는 대신에 보험료를 낮추는 등 보험 상품을 다양화하고, 그에 따른 보험료 수준을 차등화해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상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00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의료비 부담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보장 범위 등 서비스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이 민간 영역이라고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해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보험학과 교수 역시 “3000만 명이 가입했다는데 실손보험의 보험료와 가입자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며 “보험료 인상이 적절한지, 실손보험이 과도하게 민간의료비 부담을 늘리지는 않는지 금융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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