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함인희]시부모님 도움이 필요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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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맘은 친정엄마와, 직장맘은 시부모와 함께 살 때 출산율이 증가
저출산 정책 수혜대상자에 동거하는 조부모 포함도 방법
명분보다 실질적 효과 내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덴마크 정부는 ‘어떻게 하면 저출산의 압력을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보다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부부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임신하게 될 확률이 의외로 높다는 사실에 착안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필히 자녀를 동반하지 않는 부부만의 여행을 떠나라고 권유하면서, 여행기간 중 임신에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부부에겐 자녀 출산 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주겠다는 미끼(?)까지 포함하는 광고를 게재하게 됐다고 한다.

적정 수준의 유머 감각에 신세대적 재치가 더해진 정부 주도하의 광고를 대하자니, 어언 10년 이상을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동(微動)조차 하지 않는 우리네 저출산 대책의 현주소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명분이나 당위를 앞세우는 대신에 실리를 챙길 수 있고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저출산 해법의 작은 실마리를 제공해줄지도 모를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하나 있다. 기존의 저출산 대책은 일차적으로 가임(可姙) 여성에게 집중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이 출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는 남편의 경제적 상황 및 정서적 개입과 더불어 가족의 실질적 지원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침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에 주목하여 가족 관련 패널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업맘’은 친정엄마와 동거하는 경우 출산율이 높아진 반면 ‘직장맘’은 시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결과가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되었음은 물론이다.

생각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과이기도 하다. 심층면접을 해보니, 일하는 며느리 입장에선 자신이 출퇴근을 해야 시어머님과의 소소한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시어머님께 손주 돌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 또한 당당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시어머님 입장에선 며느리의 고달픔을 헤아리기에 앞서 ‘당신 아들 힘들지 않도록 챙겨주면서’ 더불어 ‘손주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제시되었다.

반면 전업주부인 딸의 입장에선 시어머님보다는 친정어머님과 동거하는 것이 ‘덜 눈치 보이고 마음도 편한’ 데다, 행여 갈등이 생기더라도 상대적으로 해결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지목되었고, 친정어머님 또한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하는 딸이 무조건 안쓰러워 덥석 손주 돌보기를 자청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상의 결과가 함의하는 바는 분명하다. 한국 사회에선 시부모나 친정부모의 헌신적 도움 없이는 일하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불가하다는 사실이요, 나아가 부모의 물심양면 지원이 없이는 출산을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저출산 극복의 해법으로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 왔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선 통행금지를 폐지한 1980년대 초반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으니 이제 통행금지를 부활하고 덤으로 에너지도 절약하자는 의견을 제안한 바 있고, 비혼 및 만혼의 증가가 저출산의 원인이니 독신자에게 독신세를 물리자는 대기업 경제연구소의 제언도 있었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만혼이 저출산의 주원인이니 결혼을 장려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보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미국식 모델을 따라 이민의 문호를 적극 개방하여 저출산 문제를 글로벌하게 해결하자는 의견도 서서히 지지자를 확보해가고 있다.

한편 친족관계 이외에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남편 쪽 요인으로는 연령과 교육 연수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남편의 근로시간 및 소득수준은 출산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인구절벽’ 앞에 선 우리의 해법인즉, 저출산 대책의 타깃 대상을 더욱 확대하여 각 정책 대상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친정어머니와 딸의 입장 차이만 해도 미묘하면서도 확연할진대, 이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정책을 개발하는 일을 미뤄선 안 될 것이다. 곧 향후 저출산 대책의 수혜 대상자로 동거하는 조부모 세대를 포함시키는 것은 어떨는지,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을 때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출산율#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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