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3호포… 부활 비결은 ‘돌아온 타격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팔꿈치 몸에 붙이는 ‘인아웃 스윙’
2014년 부상 후유증에 제대로 못하다 5월부터 강한 타구 날리는 폼 찾아

“공의 3시 반 지점을 때려라.”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주말 골퍼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조언이다. 슬럼프에 허덕이던 ‘추추 트레인’ 추신수(33·텍사스)가 살아난 비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왼손 타자인 추신수는 때리는 지점이 ‘8시 반’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인아웃(인사이드 아웃) 스윙’ 기법이다.

추신수는 7일(한국 시간) 휴스턴과의 방문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2회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시즌 3호)을 터뜨렸다. 추신수는 5월 들어 6경기에서 안타 7개를 때렸는데 홈런 2개와 2루타 5개로 모두 장타였다. 이 중 5개가 왼쪽 또는 가운데 방향으로 날아갔다. 코스에 상관없이 강한 타구를 날리고 있다는 증거다. 덕분에 5월 기록만 따져 보면 OPS(출루율+장타력) 0.978로 리그 정상급 면모를 되찾았다.

지난달 추신수는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는 타자였다. 외야로 날아가는 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제는 왼쪽 팔꿈치. 추신수는 오른쪽(앞) 팔이 펴진 상태에서 왼쪽(뒤) 팔꿈치가 몸통에 스치듯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인아웃 스윙에 능한 타자였다. 이렇게 스윙해야 팔이 아니라 몸으로 만든 회전력을 타격에 이용할 수 있게 돼 공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추신수가 왼쪽 팔꿈치를 몸통에 밀착한 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인아웃 스윙’을 하고 있다. 추신수의 인아웃 스윙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 시즌 초에는 왼쪽 팔꿈치 각도가 무뎌지며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동아일보DB
추신수가 왼쪽 팔꿈치를 몸통에 밀착한 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인아웃 스윙’을 하고 있다. 추신수의 인아웃 스윙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 시즌 초에는 왼쪽 팔꿈치 각도가 무뎌지며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동아일보DB
하지만 추신수는 지난해 왼쪽 팔꿈치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부터 아웃인 스윙으로 공을 치는 일이 잦았다. 타격코치들이 흔히 “방망이가 돌아 나온다”고 지적하는 자세다. 통증은 사라졌지만 ‘부상 후유증’이 따라다녔던 것이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부상에서 완쾌한 뒤에도 예전 타격 자세를 곧바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타자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다”며 “재활 기간에 통증 부위를 피하면서 힘을 쓰는 버릇이 생겼을 수도 있고, 부상 부위를 본능적으로 보호하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폼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는 자신이 쓴 책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에서 “인아웃 스윙은 타자들에게 만병통치약(panacea)”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는 특히 장타 욕심으로 무조건 당겨 치는 타자들에게 이 스윙이 효과가 크다고 조언했다. 사실 윌리엄스는 극단적으로 치우친 타격 스타일 때문에 상대 팀에서 ‘수비 시프트’를 고안하게 만든 인물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던 것. 그러니 주말 골퍼분들도 멀리 정확하게 치려면 ‘공의 3시 반 지점을 때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인아웃 스윙#추신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