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의원이 야당팀 주장 맡고 YS도 그라운드 누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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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1970년 3선 개헌 직후 여야 의원이 서울운동장서 축구를?

신중식 전 국회의원(오른쪽)이 한국일보 기자 시절이던 1972년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박대통령컵 국제축구대회를 관전하고 있다. 이재형 이사 제공
신중식 전 국회의원(오른쪽)이 한국일보 기자 시절이던 1972년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박대통령컵 국제축구대회를 관전하고 있다. 이재형 이사 제공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옛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화합을 위해 축구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관중이 2만5000명이 넘었어요. 국가대표 경기 뺨칠 정도의 인파였죠. 당시 정치권은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축구를 통해 서로 화합하려는 노력도 했죠. 이젠 그런 낭만이 없네요.”

신중식 전 국회의원(75)은 이른바 ‘3선 개헌’ 직후인 1970년 여야 국회의원들이 축구 경기를 했을 때를 회고했다. 당시 한국일보 기자로 야당인 신민당을 출입하고 있던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3선을 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쓰자 야당은 그것을 저지하려고 여당인 민주공화당과 거세게 싸우고 있었다. 보통 이렇게 싸우고 나면 저녁에 술 한잔 하면서 풀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여야가 합의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택수 민주공화당 원내총무가 감독 겸 선수로 활약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신민당 원내총무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최형우 의원은 신민당 주장으로 활약했다고 한다. 승패는 의미가 없었고 경기 후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인근 술집으로 향해 거나하게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이 1971년 3선을 한 뒤 1972년 유신 체제로 들어가면서 여야 간의 골은 더 깊어졌다.

신 전 의원은 “여야 축구경기가 한 번으로 끝나 아쉬웠다. 정례화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여야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갔다. 어쨌든 땀 흘리며 몸을 부대끼는 축구는 화합의 도구로서는 최고였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1972년 제1회 신문·방송·통신 기자축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그해 말레이시아 메르데카컵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신 전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후원으로 축구단 명예대표로 함께 가 현장에서 KBS 해설까지 했다. 이를 인연으로 신 전 의원은 1975년부터 1988년까지 축구협회에서 국제이사와 부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형우#YS#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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