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배구’ 딜레마

황규인 기자 입력 2014-12-26 03:00수정 2014-12-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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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공격 의존도 50% 육박… 국내 공격수 설 자리 줄어드는데, 인기 척도인 TV 시청률은 상승
외국인 공격수에게 의존하는 몰방(沒放) 배구는 정말 배구의 인기를 갉아먹고 있을까. 정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적어도 TV 시청률만 보면 그렇다.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25일까지 전체 공격 시도는 모두 1만2215번. 이 중 45.7%(5578번)가 외국인 선수 차지였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전까지는 40%를 넘은 적이 없었다. 올 시즌 같은 기간 여자부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공격 점유율은 48.9%로 남자부보다 더 높다.

외국인 선수가 첫선을 보인 2005∼2006시즌만 해도 남자부에서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은 7.6%밖에 되지 않았다. 그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힌 현대캐피탈 루니(32·미국)의 공격 점유율도 19.7%였다. 당시 지도자들은 “한국 배구는 수준이 있기 때문에 농구처럼 외국인 선수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다 삼성화재에서 가빈(28·캐나다)을 영입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가빈은 V리그에 데뷔하자마자 2009∼2010시즌 팀 공격 시도 48.0%를 책임졌다. 그 뒤 다른 팀도 너나 할 것 없이 몰방형 외국인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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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빈의 후계자 격인 올 시즌 삼성화재의 레오(24·쿠바)는 팀 공격 60.1%를 책임지고 있다. 반면 토종 선수 중에서는 LIG손해보험 김요한(29·30.8%)과 현대캐피탈 문성민(28·30.7%) 등 두 명만 공격 점유율 30%를 넘겼다. 몰방 배구가 득세하면서 젊은 공격수가 부족해진 것이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탄 한국전력 전광인(23)조차 23.2%밖에 안 된다.

재미있는 건 최근 5시즌의 시청률을 보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올라가면 시청률도 올라가고 내려가면 반대였다는 점이다.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떤 형태로든 상관관계는 있는 셈이다. 올 시즌 KBSN에서 중계한 프로배구 경기 평균 시청률은 1.02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같은 채널에서 중계한 올 시즌 프로야구 시청률(0.903%)보다 높다.

김상우 KBSN 해설위원은 “경기 패턴이 단조로워 경기가 지루하다고 말하는 팬들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시원시원한 플레이에 열광하는 팬들도 많은 것”이라며 “외국인 선수의 기량을 포함해 전체적인 경기 수준이 올라갔다. 그 덕에 어떤 경기도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프로배구의 인기가 더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배구#농협 리그#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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