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내 은신처를 모른다. 고국에서 민주주의 투쟁을 계속하겠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변장을 하고 베네수엘라 은신처를 빠져나와 이날 오슬로에 도착한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신해 이 상을 받으러 왔고, 적당한 때 베네수엘라로 상을 가져가겠다”고 강조했다. 마두로 정권이 자신을 ‘도망자’로 간주하며 귀국 시 체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이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마차도는 2013년부터 철권통치 중인 마두로 대통령의 구금 위협으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또 수배 및 출국금지 상태였다. 실제로 오슬로에서 마차도를 만난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용감하다’는 뜻의 “발리엔테”를 연신 외치고 베네수엘라 국가를 부르며 화답했다. 마차도는 이날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는 최근 16개월간 자신의 세 자녀를 포함해 “그 누구와도 접촉하거나 포옹하지 못했다”며 감격해했다.
¡Oslo, aquí estoy! 마차도 ‘X’마차도는 반대파 탄압, 부정선거를 일삼는 마두로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펼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베네수엘라 은신처에서 나와 미국의 엄호 속에 오슬로로 향했다. 다만 악천후 등으로 일정이 지연돼 9일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그의 딸 아나(34)가 어머니를 대리해 수상했다.
마차도의 베네수엘라 탈출 과정은 극비리에 진행됐고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마차도는 가발을 쓰고, 변장을 한 채 10시간에 걸쳐 10개가 넘는 군 검문소를 통과했다. 이후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인근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향했다. 그는 이곳에서 전용기를 타고 노르웨이로 건너갔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비밀 조직이 최소 2개월간 이 작업을 돕는 등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집단의 우두머리’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베네수엘라 선박을 격침하는 등 카리브해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도 변수였다. 야권 비밀 조직은 마차도 일행이 탄 목선이 마약 운반선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미군과 시시각각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마차도 일행이 카리브해를 건너는 동안 미 해군 F-18 전투기 2대가 베네수엘라만에 진입해 약 40분간 좁은 원을 그리며 엄호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 9월 이후 미군 비행기가 베네수엘라 영공에 가장 근접한 사례라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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