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死 넘은 사명감… 에볼라 완치 의료진, 속속 아프리카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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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얼마갈지 몰라도 의무 다해야”… 英간호사 이어 노르웨이 의사 “복귀”
WHO “감염된 의료진 55% 숨져”… 치료제 개발 위해 생존자 항체 연구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의 상당수가 에볼라 환자를 돌보는 일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치명적 전염병에서 건진 귀한 목숨을 에볼라 퇴치에 아낌없이 바치는 고귀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에볼라 3병원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는 사람 중 11명이 ‘에볼라 생존자’다. 그중 한 명인 에이미 수바 씨(39)는 한 번 갈아입는 데 45분씩 걸리는 보호장비도 없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에볼라 면역력이 생겼다는 확신 때문이다. 역시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불과 한 달 전 완치된 자이재이 물바 씨(34)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에볼라로 부모를 잃은 아기나 보호자를 잃은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은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형제자매를 돌보는 것이 생존자인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두려움 없는 봉사에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인뿐 아니다. 현지에서 의료봉사 활동 도중 감염됐다가 완치된 해외 생존자 중에서도 다시 아프리카행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에볼라에 감염돼 본국으로 이송돼 완치된 뒤 바로 시에라리온으로 돌아온 영국 간호사 윌리엄 풀리에 씨에 이어 노르웨이 여의사 실레 레흐네 미할센 씨 역시 완치된 뒤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연 이들은 안전할까.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 환자 9000여 명 중 3분의 1을 돌보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 사회복지사인 아테나 비스쿠시 씨는 “생존자의 면역력이 평생 간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생존자가 다시 감염된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리 폴 키에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보 역시 “내가 아는 한 재감염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며 “그렇지만 이를 확실히 보장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년에도 300차례 이상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재감염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

WHO에 따르면 이번 에볼라 발병의 생존율은 30% 안팎으로 생존자들은 자체 면역체계에서 생산된 항체 덕분에 에볼라 면역력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WHO에선 에볼라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이들의 혈청 속 항체를 연구하고 있다. 비스쿠시 씨는 “에볼라 생존자 가운데 몹쓸 병에 걸렸다는 낙인이 찍혀 고향이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헌신은 그런 낙인 찍기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료진 중 55%가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WHO가 22일 밝혔다. WHO는 “19일까지 의료진 443명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들 중 244명이 숨졌다”며 “이렇게 많은 의료진이 감염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에볼라 발병 초기에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권재현 confetti@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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