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공익요원 한밤 귀가여성 잔혹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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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조절장애로 현역병 퇴출
22일밤 서울 반포서 흉기 휘둘러 “누군가 괴롭혀” 자해소동끝 검거

정신질환을 앓던 50대 남성이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제과점에서 칼을 들고 인질극을 벌인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인범죄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강남 일대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오후 11시 10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빌라 앞에서 귀가 중인 김모 씨(25·여)를 살해한 이모 씨(21)를 체포해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씨는 늦은 밤 골목길을 걷던 김 씨를 뒤따라가 금품을 요구하다 김 씨가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목을 찌르고 벽돌로 얼굴 등을 수십 차례 내려쳐 살해했다.

이 씨는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빌라 1층 주차장 구석으로 도망쳐 벽에 몸을 기대선 뒤 또 다른 흉기를 꺼내 자신의 목에 들이대며 자해 소동을 벌였다. 술에 취한 데다 극도로 흥분한 이 씨는 “너무 외롭다. (누군가가) 나를 괴롭혔다”고 횡설수설하며 흉기를 내려놓지 않자 정경택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이 조심스레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내가 현장 책임자다. 힘든 일이 있으면 뭐든 얘기해라. 도와주겠다”고 말을 붙였다. 정 과장이 담배와 커피를 건네며 “아직 나이도 어린데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된다”고 달래자 이 씨는 서서히 경계를 풀더니 정 과장을 ‘큰형님’이라고 부르며 돌연 눈물을 쏟았다. 이 씨는 23일 오전 1시 10분경 갑자기 오른 손목을 칼로 스치듯 긋는 돌발행동을 보였지만 5분 뒤 흉기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자수했다. 범행 2시간여 만이었다.

경찰과 경기 김포시청에 따르면 이 씨는 2012년 12월 현역병으로 입대했다가 훈련소에서 자살 소동을 벌여 현역 부적격 판정을 받고 퇴소한 이후 재신체검사에서 ‘충동조절장애’로 4급 판정을 받았다. 충동조절장애는 충동과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죄책감도 못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조동주 djc@donga.com·임현석 기자
#충동조절장애#공익요원#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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