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커뮤니케이션과 전략]당신도 ‘굿가이 콤플렉스’?… 부하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면 리더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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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팀장… 그 밑의 팀원들은 ‘몸’은 편하지만
‘머리’는 수년간 제자리걸음

영업3팀을 맡고 있는 강 팀장. 탁월한 영업실적 덕분에 동기들보다 3년 이상 빨리 팀장을 맡았다. 팀 실적도 기대 이상이다. 남들은 모두 강 팀장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강 팀장에게도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이 있다. 그의 팀에 속해 있는 2년 선배 팀원의 태도다.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툭하면 지각에 고객 미팅을 핑계로 오후 3, 4시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제 시간에 출근하는 법도 거의 없다. “팀장님, 죄송한데 어제 고객사 접대를 하느라 과음을 해서….” 지각의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모습에 점점 지쳐가는 강 팀장. 하지만 뭐라 딱 꼬집어 지적을 하기 두렵다. 지금껏 잘 쌓아온 팀원들과의 좋은 관계가 깨질 것 같아서다.

강 팀장과 같은 리더의 마음을 심리학에선 ‘굿가이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상대의 마음에 거슬릴 만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갈등 상황을 마주했을 때 하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무시’다. 상대를 무시한다는 게 아니다. 갈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생각과 행동이 다를 때 불편함을 느낀다. 이를 심리학에선 인지부조화라고 말한다. 불만은 있는데(생각) 말은 하지 않는(행동) 상황이 이런 경우다. 이처럼 나를 괴롭히는 인지부조화애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동을 바꾸는 건 피곤하다. 그래서 생각을 바꾼다. 나를 골치 아프게 하는 상대를 외면해 버린다.

리더가 이런 태도를 갖고 있을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는 부하는 불행하다.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극을 통해 성장한다. 리더십에서 이런 자극을 ‘피드백’이라 부른다. 굿가이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리더와 함께 일하는 부하는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다. 나의 강점이 뭔지, 나의 약점이 뭔지, 몇 년을 함께 일해도 배울 수 없다. 마치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훌륭히 성장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굿가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자주 취하는 두 번째 행동은 ‘양보’다. 자신이 좀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상대에게 맞춰주는 모습이다. 일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바쁜 상황.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 굿가이 콤플렉스를 가진 리더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이 일을 누구에게 시키지? 다들 바쁜데 누구 한 사람에게 시켰다가 괜히 팀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면 골치 아프니까 그냥 내가 하지 뭐.’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문제는 ‘마음만’ 편하다는 것이다. 리더가 철인이 아닌 이상 언제까지 모든 일을 다 할 순 없다. 더 큰 문제는 부하직원들이다. 이런 리더와 일하는 팀원들은 편하다. 하지만 이들은 ‘몸만’ 편하다. 머리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일지 모른다.

그래서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강조했던 리더십의 첫째 덕목이 바로 ‘무조건적인 솔직함(candor)’이다. 비록 내가 인기를 좀 잃더라도, 나의 지시로 인해 부서원 간에 갈등이 생길지라도 리더라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게 웰치의 지론이다. 부하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상사는 리더가 아니다. 그냥 같은 직장에 다니는 형, 누나, 오빠, 언니일 뿐이다. 갈등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한 대응, 문제에 대한 직면이 모든 갈등 해결의 시작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DBR#커뮤니케이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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