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예 장애인 동료 구해주세요” 광주 집창촌에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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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예 장애인 동료 구해주세요” 제보

3월 초순 오후 10시경 광주 동구의 집창촌. 광주 모 여성단체 회원 3명과 광주 동부경찰서 경찰관 3명이 한 성매매업소에 들이닥쳤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경찰과 함께 업소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계속되는 수색에도 A 씨(27·여·지적장애 3급)를 찾지 못하자 허탈한 표정이 됐다.

회원들은 업소 인근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몸을 감춘 채 상황을 지켜보던 이 업소 여종업원 B 씨(33)에게 전화를 걸었다. B 씨는 절박한 목소리로 “A는 반드시 업소 안에 있다. 구석구석 다 찾아봐야 한다”고 외쳤다.

회원들은 옷이 쌓여 있던 곳을 들춰봤다. 그러자 A 씨 등 성매매 여성 3명이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었다. “숨어 있어라”는 업주 백모 씨(45)의 지시에 따라 옷더미에 몸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A 씨는 발견 당시 왼쪽 눈 주위에 퍼런 멍이 들어 있었고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었다.

이날 수색은 B 씨 등 이 업소에서 일하다 탈출한 성매매 여성 2명의 제보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다른 성매매 여성 한 명도 1월경 백 씨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탈출했다. B 씨는 “백 씨의 부인(45)이 장애가 있는 A 씨를 자주 폭행하며 성매매를 시키는 것을 보기 안쓰러워 도와주려고 위험을 감수하고 탈출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 가출한 A 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 유흥업소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선불금을 받아 쓰고 그 빚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회원들과 함께 업소를 빠져나온 A 씨 등은 자동차에 숨어 있던 여성 2명과 함께 광주의 한 모텔에서 묵었다. 그때 업주 백 씨가 전화를 걸어 “경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면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유혹에 넘어간 A 씨는 경찰 조사를 거부하고 업소로 돌아갔다.

그 후 백 씨는 A 씨를 강원도의 다른 성매매 업소로 넘겨버렸고 다른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또다시 성매매를 시켰다. 백 씨는 “왜 빚 탕감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다른 성매매 여성의 지인을 두 차례 폭행했다. 그 일로 백 씨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광주지검 강력부는 수사 과정에서 A 씨의 신원을 확보해 “백 씨 부부가 폭행하고 성매매를 시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술에 취해 여성들을 때리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특별법 위반) 등으로 백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광주지법은 6일 영장을 기각했다. 해당 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장애 여성이 빚의 굴레에서 신음하며 성매매에 내몰리는데도 법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는 “상담을 하다 보면 지적장애가 있지만 세상과 단절돼 장애 판정조차 받지 못하는 성매매 여성이 있다”며 “장애 여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지만 법원이나 정부가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백 씨가 운영하던 업소는 종업원 혼자 슈퍼조차 가지 못하게 했고 목욕탕도 조를 짜 가게 했을 정도로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며 “장애 여성이 가혹한 현실에 내몰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널A 영상] “해외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알고보니 성매매의 덫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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