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건설 제2의 붐… 현장을 가다]<7>대우건설 파푸아뉴기니 LNG 플랜트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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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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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강도… 평균 35도… 말라리아… “軍생활하듯 금욕해야 버텨요”

열대의 공사열기 김영후 대우건설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건설현장 소장(작은 사진)이 전망대 위에서 공사 진행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250km 떨어진 해발 2700m 고원 지대에서 뽑아낸 가스를 육로 및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송해온 뒤 액화시켜 600분의 1 규모로 만들어 저장하는 시설물 공사가 한창이다. 대우건설 제공
열대의 공사열기 김영후 대우건설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건설현장 소장(작은 사진)이 전망대 위에서 공사 진행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250km 떨어진 해발 2700m 고원 지대에서 뽑아낸 가스를 육로 및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송해온 뒤 액화시켜 600분의 1 규모로 만들어 저장하는 시설물 공사가 한창이다. 대우건설 제공
“지구 최후의 원시국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를 거쳐 16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포트모르즈비. 이곳은 남태평양 서북단에 위치한 섬나라 파푸아뉴기니(PNG)의 수도이다. 김영후 대우건설 PNG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현장소장(52)은 이를 드러낸 환한 웃음과 함께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담처럼 여긴 환영인사가 과장된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6인승 미니버스에 올라 공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서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공사현장까지 이동하면서 이어진 김 소장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김 소장에 따르면 19세기 외지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PNG에는 석기문명이 존재했다. 현재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식인풍습이 행해지고 있다. 무장강도나 생계형 테러도 빈번했다. 미국 대사도 강도를 당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외국인, 특히 동양인은 차량 없이는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안전구역 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 파푸아뉴기니 5번째 신도시

이런 이유에서인지 공항을 출발해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파푸아뉴기니 LNG 플랜트 건설공사현장도 경비가 삼엄했다. 이중삼중의 보안검색을 거쳐야만 공사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장 규모는 웬만한 도시 크기와 맞먹었다. 둘레가 14km, 반경 3.5km에 이르고 근무인력은 대우건설 공사현장 직원 3700명을 포함해 1만2000여 명에 달했다. 김 소장은 “인구 규모로만 보면 파푸아뉴기니에서 4, 5번째 도시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포트모르즈비에서 250km 떨어진 해발 2700m 고원 지대에서 뽑아내 육로 및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송해온 가스를 액화시켜 600분의 1 규모로 만들어 저장하는 시설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 소장은 “한국의 연간 LNG 소비량의 20%에 해당하는 연간 630만 t 규모”라며 “파푸아뉴기니에서 처음 진행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공사는 2010년 9월 착공해 현재 토목과 철골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이 주도하는 이 사업은 세계적 플랜트 기업인 지요다와 JGC가 합작회사를 세워 원청사 역할을 하고 대우건설은 핵심공정을 2억9000만 달러(약 3100억 원)에 수주했다. 내년 말 공사가 끝나면 2014년부터 LNG를 생산해 일본과 중국 등지로 판매할 예정이다.

열악한 환경에 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공사인 만큼 현장의 각종 안전수칙과 보안수준은 매우 엄격했다. 변덕스러운 사바나 기후와 열악한 인프라, 불안한 치안 등으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서다.

평균 35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안전모와 고글은 물론 방충처리가 된 셔츠와 긴 바지를 입지 않으면 다닐 수가 없다. 말라리아 뎅기열 등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서다. 현장에서의 음주는 철저히 금지돼 공사현장 안 숙소는 ‘금욕의 공간’으로 불릴 정도다. 1년 8개월 전 현장에 파견된 이정선 대우건설 차장은 “현장에서 음주 사실이 적발되면 발주처가 바로 출국 조치를 취한다”며 “두 번째 군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본격화하는 골드러시

최근 세계 각국은 파푸아뉴기니가 보유한 풍부한 자원광물에 주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부존자원별 매장량은 천연가스가 4억2800만 t이고, 금(1000만 t·세계 순위 7위)과 구리(400만 t·19위)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또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원료로 이용되는 콘덴세이트도 6660억 배럴에 달한다.

이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업체들의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공사를 맡고 있는 LNG 플랜트의 주사업자인 엑손모빌은 LNG 플랜트 3호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또 캐나다 인터오일과 탈리스만 등이 추진하는 2건의 LNG 프로젝트도 있다.

취약한 상하수도 도로 건물 등 사회간접자본과 주택 관련 대규모 사업 발주도 예상된다. 현재 파푸아뉴기니는 고산지대와 항구도시를 잇는 도로만 건설돼 있을 뿐 포트모르즈비와 다른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간선도로 및 철도는 없다. 주택과 상업용 건물도 1975년 독립 이전에 세워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중동과 아시아에서 해외공사의 70∼80%를 수주하고 있는 한국 건설업계의 해묵은 과제 가운데 하나가 신시장 개척이다. 파푸아뉴기니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휘진 주파푸아뉴기니 한국대사는 “LNG 개발이 시작된 이후 파푸아뉴기니 경제는 연 9%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에너지, 광물,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할 기회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후 소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LNG 플랜트 100기 가운데 10%인 10기가 대우건설의 손을 거쳤다”며 “이런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파푸아뉴기니에서 추가 발주될 LNG 플랜트 수주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포트모르즈비(파푸아뉴기니)=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해외건설#파푸아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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