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구촌 새권력]중립표 끌어오고, 백인표심 꽉 잡고… 롬니는 컴백 키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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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D-10… 지지율 50%대

“롬니는 과연 ‘컴백 키드(Comeback Kid)’가 될 것인가.”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계속 뒤졌던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이달 들어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이자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당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컴백 키드’는 1992년 초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패한 후 절치부심해 민주당 대선후보 자격을 거머쥐고 그해 말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빗대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하는 대선후보를 말한다.

○ “경제 문제에서 롬니가 더 믿음직”

전문가들은 25일 발표된 진보 성향의 WP-ABC 여론조사에서 롬니 지지율이 ‘마(魔)의 고지’로 여겨졌던 50% 선에 올라선 데 주목하고 있다. WP-ABC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22일 오바마를 제친 데 이어 지지율 50%를 달성했다.

WP는 롬니 지지율 상승의 최고 견인차로 독립 성향의 유권자들을 꼽았다. 롬니는 보수-진보에 치우지지 않는 독립적 유권자들에게서 57%의 지지율을 얻어 40%의 오바마를 크게 앞섰다. 독립 유권자들의 롬니 지지율은 9월 조사 때보다 9%포인트 상승했다. 막판까지 표심을 결정짓지 못한 독립적 유권자들이 롬니의 경제 회복 능력에 더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WP 조사에서 ‘경제를 다루는 데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롬니라고 답한 유권자는 52%에 달한 반면 오바마를 꼽은 유권자는 43%에 그쳤다. 롬니는 ‘서민의 경제난을 공감하는 후보’에 대한 질문에서도 오바마를 맹추격하고 있다. 25일 갤럽 조사에서 ‘어느 후보가 서민 경제난을 더 잘 이해하느냐’는 질문에 롬니는 46%를 얻어 48%의 오바마를 바짝 추격했다. 이달 초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9%포인트 앞섰다.

○ 오바마 진보 정책에 백인층 등 돌려

롬니는 3일 열린 대선 1차 TV 토론에서 선전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롬니가 재정적자 축소, 의료보험 개혁, 교육 등의 이슈에서 이전의 강경 보수적 입장을 접고 오바마와 상당 부분 의견이 일치하는 중도 보수 쪽으로 이동하는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고 정치 평론가 앨리 맥길리스 씨는 분석했다.

백인층이 롬니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백인층은 75%로 가장 큰 유권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WP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백인층에서 롬니에게 무려 21%포인트 뒤지고 있다. 2008년 대선 때 백인층에서 오바마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8%포인트 뒤졌던 것보다 격차가 훨씬 커진 것.

전문가들은 동성결혼, 낙태 등 사회 문제에서 오바마의 진보적 정책들이 보수적 백인 남성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오바마는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95%의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 돌발사건 대처 능력이 관건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5일 “대선까지 두 후보의 지지율 혼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금부터는 누가 더 돌발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분석하면서 4가지 변수를 꼽았다.

가장 큰 돌출 변수는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영사관 피습 테러 사건 같은 대형 외교 악재다. 외교 악재는 오바마의 외교안보 리더십에 타격을 주기도 하지만 외교 경험이 부족한 롬니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후보에게 비슷하게 작용한다.

국내 경제지표 하락과 유럽발 세계 경제 불안은 오바마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반면 롬니에게는 승리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다음 달 6일 선거일까지 발표가 예정된 중요 경제지표는 없다.

개인의 총기 보유, 낙태 논쟁 등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할지도 관심거리다. 24일 리처드 머독 인디애나 주 상원의원 후보(공화당)의 “강간 임신은 신의 뜻”이라는 돌출 발언은 롬니에게 큰 부담이다. 총기 난사 사건은 총기 보유 규제 논쟁으로 이어져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두 후보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통령 등 측근들의 처신도 중요하다. 2008년 대선을 열흘 앞두고 터진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호화 의상 구입 논란은 매케인 후보의 지지율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언을 잘하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입단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롬니#미국 대선#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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