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검찰 출석]형 어려워한 MB, ‘대군의 세도정치’ 자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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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5개월만에 막 내린 ‘2인3각 형제정치’

이상득(SD) 전 새누리당 의원의 3일 검찰 소환 조사로 2008년 2월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MB)과 이 전 의원의 ‘형제 정치’는 4년 5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 기간에 MB-SD 형제는 ‘2인 3각’이었다. 정치적으로 서로 뗄 수 없는 한 몸이었다.

동생이 대통령이었지만 형은 여전히 형이었다. 그것도 특별한 형이었다. MB는 자서전 등을 통해 어릴 적부터 형 SD를 어려워하며 심지어 존경했다고 밝혔다. MB는 대통령후보 시절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되고서도 형의 말을 경청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MB는 미묘한 사안에 대해 참모들이 의견을 구하면 “그건 이 (국회)부의장과 상의하라”고 말하곤 했다.

SD는 동생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로는 상대적으로 정무감각이 떨어지는 동생을 보좌하고 이끈 ‘정치적 스승’이었다. 2008년 6월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MB 주변 측근들의 권력 독점을 비난하고 나섰다. 아무도 MB에게 쓴소리를 못할 때였다. 당시 이른 새벽 청와대로 찾아가 권력의 핵심이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영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의 경질을 제안한 사람도 다름 아닌 SD였다.

하지만 유독 형을 어려워했던 MB의 이런 태도가 결과적으로 SD를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상왕’ ‘영일대군’으로 만든 정치적 토양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년 5개월간 SD는 ‘대통령마저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2008년 18대 총선 때 MB가 SD의 불출마를 설득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SD는 자신의 총선 출마에 대해 “명박이는 명박이고, 나는 나다” “지역구 주민이 나를 원한다”며 불출마를 종용하는 주변을 야속해했다.

이후 SD는 2009년 6월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권력 사유화 비판을 받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치 관여 중단을 선언하며 대통령특사로 자원외교에 주력했다. 하지만 그가 정치를 떠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날 현직 대통령의 형님은 결국 검찰에 갔다.

SD가 소환 조사를 받은 이날 청와대는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오전 10시 TV로 생중계된 SD의 검찰 출두 장면도 가급적 외면했고 아예 TV를 꺼둔 곳도 있었다. MB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별다른 표정 없이 형의 소환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 남아있는 일부 ‘SD맨’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오랫동안 SD를 보좌했던 장다사로 대통령총무기획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슴 아픈 일만 남았다”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력의 말로가 참 야속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갑자기 천둥벼락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자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통령 심정이 저렇지 않겠느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이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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