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격노’에 얼어붙은 새누리… 당권 구도 안갯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朴 ‘당권 경쟁에 일절 개입 안한다’ 메시지

새누리당은 26일 공황 상태에 빠진 듯했다. 전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격노’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언론플레이’ ‘쓸데없는 이야기’ 등 평소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말들을 작심하고 쏟아냈다.

친박(친박근혜) 주류나 범친박, 쇄신파 할 것 없이 모두 긴장 모드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박 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권력 전횡 논란을 부추긴 일부 친박과 대선 레이스를 앞당긴 비박(비박근혜)계 등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5·15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 등 당권 경쟁에만 몰두한 새누리당 전체를 겨냥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으로 자신은 이들 선거에 전혀 개입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밝힌 것이기도 하다. 실제 박 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어떻게 짜여 있느니’ 하는 있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 당을 흐리게 만드는” 세력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친박 주류도 당권 경쟁에 일절 개입하지 말라는 주문인 셈이다. 과거 전당대회처럼 유승민, 허태열 의원 등에게 친박 표를 몰아줘 ‘친박 대표’를 만들어주는 일은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혼돈에 빠진 또 다른 지점이다. 박 위원장의 격노가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를 두고도 눈치를 살펴야 하지만, 동시에 박 위원장이 뒷짐을 진 상황에서 ‘당권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도 당권 도전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전날 ‘뒤에서 언론플레이 하지 말고 누구든 진정성을 갖고 나와서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제는 박 위원장의 낙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 대표든, 원내대표든 ‘개인기’로 당선이 보장된 인사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1주일 남겨놓고 지금까지 누구도 공개적으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서병수 의원이 25일 일찌감치 출마의 뜻을 접은 것도 누구보다 박 위원장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자신의 출마가 자칫 쇄신파나 비박계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출마를 선언한 공식 이유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후보 간 ‘교통정리’를 해줄 뜻이 없는 상황에서 친박 후보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도 불출마 선언에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비박계는 박 위원장의 격노에 ‘소통 문제’로 응수했다.

대선 행보에 나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6일 기자들을 만나 “최측근조차 (박 위원장과) 소통이 안 된다는 점을 새누리당이 극복하지 않고서는 국민께 희망을 줄 수 없다”며 “베일에 가려진 신비주의적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현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이 현재 당내 상황을 ‘정쟁’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민주주의는 다소 시끄러워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통합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모습”이라고 맞받아쳤다.

[채널A 영상] 박근혜 호통에 친박계 움찔…“지도부 내정? 누가 그런 말을”

이날 박 위원장과 점심을 함께한 낙천 의원(초선)들도 불편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화수 의원은 “박 위원장이 4년 전 공천 때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는데,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렇다”며 “낙하산 공천으로 당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쏘아붙였다. 박 위원장은 “(낙천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 총선을 준비하다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지호 의원은 “컷오프 탈락 적용대상이 140명 정도 되는데 90여 명에게만 적용했더라. 누구는 적용하고 누구는 안 했는데, 그걸 헌법이라고 하고 원칙이라고 하면 초등학생의 상식에도 안 맞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공천에 불복해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도 복당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박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새누리당#박근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