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노무현’ 김두관도 움직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창원 - 광주 - 서울서 릴레이 출판기념회
사실상 대선 출정식… ‘문재인 대안’ 부상

‘리틀 노무현’ 김두관 경남지사(사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4·11총선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수면 밑에서 준비해왔던 대선 플랜을 가동하는 모양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 지사는 5월 26일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6월 2일엔 광주, 6월 15일엔 서울에서 릴레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김 지사의 동생인 김두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형은 요즘 책을 집필 중이며 이 책에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는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대선 출정식으로 해석된다.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도시와 날짜도 흥미롭다. 창원은 경남도청이 있는 자신의 근거지이고 광주는 민주당의 텃밭으로 6월 2일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된 뒤 임기(4년)의 반환점을 도는 날이다. 영호남에 이어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여는 6월 15일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던 날로, 해마다 당 차원의 기념행사가 열린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줄곧 문재인 상임고문과 함께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적지(敵地)’인 부산·경남(PK)에서 대선후보가 나와야 승산이 있다는 당내 계산과도 맞물려 있다. PK 출신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다만 그의 대선 출마 시기는 올해보다는 차차기(2017년)로 분류돼온 게 사실이다. 그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됐을 때 “임기 중 당적을 갖지 않고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 때문이다. 김 지사가 일단 무소속 광역단체장으로 4년 임기를 마치며 체급을 키운 뒤 2017년 대선을 겨냥해 중앙 정치무대에 복귀할 것이란 시나리오는 그래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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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가 지난해 여름부터 대선과 관련한 미묘한 언급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그는 일부 언론 보도를 지적했다. 일부 언론이 ‘김 지사가 현재의 지사직을 수행하고 대권은 차차기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농담조로 한 말인데 와전됐다. 사실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어떻게 2017년을 얘기할 수 있겠나. 당장 오늘, 내일도 모르는 판국에”라며 차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지난해 12월 26일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선거전략 관점에서 보면 민주진보진영의 대선후보가 비호남 후보로 규정되는 측면이 있다. 언론에서 문 고문과 저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민주진보진영의 비호남 대선주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막 오르는 야권 대선 레이스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2월 16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 입당 행사에 참석한 김 지사(왼쪽)와 4·11총선에서 당선된 다음 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문 고문(오른쪽). 변영욱 기자 cut@donga.com·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막 오르는 야권 대선 레이스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2월 16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 입당 행사에 참석한 김 지사(왼쪽)와 4·11총선에서 당선된 다음 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문 고문(오른쪽). 변영욱 기자 cut@donga.com·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11총선을 두 달 앞둔 올 2월엔 민주당에 입당했다. “임기 중 당적을 갖지 않겠다”던 지사 취임 당시 약속을 스스로 깬 것인데, 정치권에선 ‘약속 위반을 무릅쓸 만큼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입당 당시 그는 “지역 현안이 많아 교과서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도정(道政)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총선 결과를 보고 대선 출마 여부를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문 고문의 PK 총선 성적표가 신통치 않을 경우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이 4·11총선에서 패하고 문 고문이 PK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김 지사의 행보는 두드러지게 분주해졌다. 그는 총선 다음 날인 12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국민이 여당을 심판하지 못한 야당을 먼저 심판한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측근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측근이나 지지자들이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전국단위 조직 구축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김 지사는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란 점이 최대 강점이다. 시골마을 이장을 시작으로 최연소 남해군수(무소속 재선),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지사 당선 등 행정의 맨 아래부터 최고 상층부까지 입지전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경남지사 전까지 공직 선거와 당내 선거에 모두 출마했다. 그래서 그에겐 ‘노무현의 승부사적 기질을 꼭 빼닮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선출직은 이번 총선이 처음인 문 고문이나 신비주의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다른 면이다. 문 고문이나 안 원장이 외곽에서 정치적 제스처를 보이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과는 정반대로 김 지사는 한 번도 권력 의지를 숨겨본 적이 없다.

친화력은 그의 최대 강점이다. 그를 처음 만나본 사람들은 거의 한결같이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더라. 소탈하면서도 강한 의지가 인상적이다”라는 얘기를 한다. 친노(친노무현)그룹 소속이지만 친노 핵심이 아니란 점에서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거부감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직계인 동교동계가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지난해 가을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상임고문이 제주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데 김 지사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더라. 다른 친노들과는 달리 호남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동교동계 인사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 이무영 전 경찰청장 등 김대중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 수십 명이 벌써 ‘김두관 대통령 만들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가 곧장 대선으로 직행하기엔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일단 경남지사를 중도 사퇴하고 대권 도전을 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국민적 요구가 있거나 야권이 ‘긴급 호출’을 하기 전에 스스로 임기를 포기하고 나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김두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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