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멀고도 멀리 있다[임용한의 전쟁사]〈401〉

  • 동아일보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가 일단 소강 국면에 들어섰다. 이 잠시의 평정이 ‘무력으로 국민을 짓누르니 되더라’라는 오판으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된다.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시위대를 억누를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군이 겉으로는 종교적 이념 안에 있으나, 안으로는 특권을 지닌 집단이라는 것. 집권층 역시 겉은 신앙, 안은 특혜로 단결돼 있다는 것. 국민을 이끌 정치세력이 없고, 국민들 역시 신정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것과 이를 부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로 느낀다는 점 정도가 되겠다. 이로 인해 미국과 이스라엘도 섣부른 간섭이 오히려 이란 내부의 단결을 촉진하거나 당국에 더 가혹한 탄압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는 것 같다.

하메네이 체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78년 9월 8일 테헤란에서 팔레비 왕조의 통치에 반발하는 시위대에 군이 발포하면서 왕조는 종말을 맞았다. 이때 사상자는 100명 미만이었다. 이번에는 최소 수천 명이 죽었다.

이번 유혈사태의 후유증은 최소 1.5세대는 지나야 치유될 것이다. 시위를 촉발한 경제 상황은 악화될 일만 남았다. 피를 본 이상 궁지에 몰린 신정정치는 털끝만 한 양보도 하기 힘들 것이다. 조만간 또다시 충돌이 발생할 것이다. 다만 현 이란 지배 체제는 팔레비 때보다는 강력하다. 종교적 신념은 피를 무마시켜 준다. 그렇다고 해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동시에 어떤 저항이 발생하고 어떤 승리를 거두든 민주주의의 봄이 성큼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현재 자기 블록의 구축에 바쁘다. 이들에겐 이란의 장기적인 혼란이 더 나을 것이다. 우리도 역사에서 경험했지만, 독재는 집권 기간보다 몇 배는 더 긴 후유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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