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軍도 “전용열차 안움직였다”… 金 관저 사망 신빙성 더해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세훈 ‘용성역 발언’ 뒷받침… 野는 “못믿겠다”

원세훈 국정원장
원세훈 국정원장
국방부 관계자는 21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전용열차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한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에 김 위원장 전용열차가 평양 용성역에 있었다”고 보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이 열차가 아닌 용성역 인근 21호 관저에서 사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본보 21일자 A1·3면 김정일, 열차에서 숨진 것 맞나?

▶(영상)[채널A 뉴스]검증 안된 얘기까지 언급…못믿을 국정원

반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에 대한 정치적 배경과 진위를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국정원이 북한의 공식 발표를 명확한 증거도 없이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2009년 3월 천안함 사태 당시 북한 소행 여부를 놓고 일었던 이념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민주, “국정원은 면피용 계산기를 두드리는 역적 세력”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 정보를 정치적으로 만져서 내년 총선, 대선을 대결 국면으로 가져가려는 이 정권 매파 세력들의 준동이 시작됐다”며 원 원장의 보고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 사망을 사전에 알지 못한 점을 의식해) ‘면피용 계산기’를 두드리는 역적 세력이 있다”며 “국정원은 원 원장의 ‘용성역’ 발언 관련 자료 제출을 두 차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오종식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급서 사실을 몰랐던 국정원이 무슨 증거를 가지고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북한의 공식 발표를 명확한 증거도 없이 부정하고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정원 예산을 줄이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정원 예산은 다른 부처 예산과는 달리 정보위 심사가 끝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로 넘겨지고, 내용도 ‘대외비’란 명분으로 비공개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정원 1년 예산은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5000억 원, 예비비 3000억 원, 여기에 각 부처 곳곳에 숨어 있는 예산까지 포함하면 1조 원에 이른다”며 “국민은 한심한 국정원에 분노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사업과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 별렀다.

한나라당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정보위 소속 의원은 “국정원의 말을 다 신뢰할 수는 없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TV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여야 동시에 국정원장 교체론 불거져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여야는 한목소리로 국정원 청와대 통일부 등 정부의 외교 안보 라인에 대한 인적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핵심 포스트에 정보 비(非)전문가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09년 2월부터 국정원을 이끌고 있는 원세훈 원장은 행정고시 14회로 공무원 생활 대부분을 서울시에서 보낸 지방행정 전문가다. 국정원 살림을 실무총괄하는 목영만 기획조정실장 역시 서울시 환경국장 출신이다. 목 실장의 전임인 김주성 기조실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코오롱에서 일한 인연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다른 부처도 사정이 다를 게 없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주중 대사를 지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리학자 출신이다. 이 대통령의 전폭적 신뢰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청와대에서 외교 정책을 실무 조율해 온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은 줄곧 대북 강경책을 주도해 여권 내 일각에서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보 비전문가들이 국정원 상층부(지휘부)를 꿰차고 있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원 원장부터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