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영화 ‘미녀’보다 코만 살짝 높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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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배경, 대사 한 마디까지 영화 그대로…'재미 답습'
●코믹한 춤과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조연이 웃음의 포인트


'미녀'가 돌아왔다.

현대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유쾌하게 꼬집고, 뚱보에서 미녀로 변신해 대리만족을 안겨주며 관객 수 700만을 모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3년 만에 국내 뮤지컬로 돌아왔다.

영화를 통해 이미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얻은 작품인 만큼 흥행성과 작품성 면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힘입고 가는 것이 사실. 하지만 그만큼 관객들의 기대감도 크다.

뮤지컬 '미녀'는 영화 '미녀'와는 어떤 다른 매력을 선사할까. 지난 8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VIP 시연회에서 코만 살짝 높아진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를 만나보았다.

▶영화 되새김질하는 재미 답습의 아쉬움 vs 조연의 재발견과 코믹 춤은 돋보여

극 중 강한나는 무대 위에서 강한별로 변신했다. 그 역할은 연기자 김아중에서 그룹 SES 출신 바다와 그룹 카라의 박규리로 교체됐다.

색다른 이미지의 여 주인공은 그 자체만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이날 바다는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김아중보다 더 애교가 많고 청아한 목소리를 지닌 또 다른 매력의 강한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색다른 캐스팅만으로는 부족함이 많이 남았던 것이 사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구체적인 신들이 수시로 떠오른 것은 분명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백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체격의 한별은 가수를 꿈꾸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가수 아미(전혜선 분)를 대신해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른다. 동시에 한별는 아미의 음반 제작자이자, 자신에게 유일하게 다정하고 따뜻한 남자인 한상준(오만석 분)을 짝사랑한다.

상준의 생일파티 날, 한별은 상준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솔직한 마음을 듣고 상처를 받는다. 자살을 결심하지만 뚱뚱해서 자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 그는 폰팅으로 알바를 하던 상대 남자가 성형외과 의사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완벽하게 변신한 한별은 제니라는 이름으로 상준의 기획사에 찾아가 가수로 데뷔 하고, 상준과 사랑도 나누게 된다. 이후 한별의 과거가 밝혀지게 되고 한별은 콘서트장에서 솔직한 심경을 고백한다.

이렇듯 영화와 똑같은 스토리 라인은 신선한 즐거움보다는 영화의 흐름을 곱씹으며 재미를 답습하는 정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장소 역시 무대 뒤-강한별의 방-점집-병원-콘서트장 등 영화 속 장소 이동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아미, 네가 그렇게 무시 안 해도 걘 거울 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지는 애야. 그 전에 우리한테 온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돼"

한상준이 강한별의 성형수술을 결심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극의 갈등을 클라이막스로 몰고 가는 이 대사는 영화 속의 대사와 똑같아 관객들에게 영화 이상의 충격도, 강한별에게 그 이상의 상처를 주지 못하는 듯 느껴져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에는 영화가 주지 못한 색다른 웃음코드가 잠재돼 있다. 바로 코믹한 앙상블 춤과 관객과 소통하며 신선하게 재탄생된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 역.

수십 명의 앙상블은 무대 뒤 백댄서들로, 강한별을 조롱하거나 극찬하는 행인들로, 성형외과 의사들로 등장해 극의 생기를 한껏 더한다. 영화만큼 유명해진 음악 '마리아(Maria)', '뷰티풀 걸(Beautiful girl)' 등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핵심 웃음 포인트가 된 캐릭터는 바로 이공학 역. 이 역은 배우 임형준과 이병준, 컬투의 김태균이 맡게 됐다. 8일 이공학 역을 연기한 임형준은 극의 후반부에 가서는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의 웃음 샘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이공학은 영화와는 달리 극의 진행 동안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한다. 강한별과 폰팅을 할 때도 마치 관객들과 이야기 하듯, 은근한 목소리로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들고, 관객석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등장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도 한다.

앙상블과 함께 '의학박사 이공학' 춤을 출 때는 극의 흥미가 극에 달한다. 겨드랑이 털을 고스란히 내보이며 민망한 포즈를 짓는 남자 간호사와 간호사들 사이에서 파마머리를 휘날리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는 이공학은 그야말로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원작 영화를 고스란히 담아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전한 원작의 재미, 새롭게 빛을 발한 이공학과 앙상블의 에너지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다.

이종혁, 오만석, 바다, 박규리(카라), 전혜선, 이병준, 김태균, 임형준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내년 2월 5일(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제공ㅣ쇼노트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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