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나는 PD와 가수들의 검은 돈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1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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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찰에 적발된 연예계 비리 사범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신인 가수와 방송국 PD들 사이의 검은 돈거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에 적발된 모 인터넷 가요순위 사이트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각 방송국에서 사용되는 국내 가요의 방송횟수를 파악해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돈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함께 적발된 지방 라디오방송국과 케이블방송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직원 10명 안팎의 영세한 규모가 상당수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결코 끊이지 않는 수익원이 있었으니 바로 성인가요 가수들이었다. 예컨대 입건된 가수 6명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인터넷 가요순위 사이트에 100만원이 넘는 연회비를 내고 가입한 뒤 성인가요 부문 상위권에 랭크되게 하거나 방송국 PD 등을 소개받는 대가로 사이트 대표에게 수시로 돈을 갖다 줬다.

많게는 1명이 최고 1억7000만원까지 줬고 6년간 정기적으로 돈을 준 사람도 있었다. 이 가운데 가수 A씨는 '본인의 노래가 성인가요 부문에서 6개월 동안 매주 10위 안에 들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약정서를 쓴 뒤 3600만원을 건넸다.

또 다른 가수 B씨는 모 케이블방송국으로부터 '케이블방송에 3차례 이상 출연하게 해주고 개인 홍보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150만원을 주기도 했다.

이런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자신의 이름과 노래를 알리고 싶은 가수는 많지만 이들의 노래를 실어줄 방송국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가요프로그램의 선곡을 책임지는 방송국 PD 또는 가요프로그램 제작자는 그야말로 '갑'이었고 이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전국 방송국에서 노래가 사용된 횟수를 집계해 이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의 대표는 '갑 중의 갑'이었다.

특히 이 사이트 대표의 경우 가수들 사이에서 '친하게 지내면 뜰 수 있고 밉보이면 잘 나가던 노래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신인 또는 무명가수라면 누구나 줄을 대고자 하는 유명인사였다.

실제로 입건되거나 조사를 받은 가수 대부분이 소속사가 없이 자비를 들여 갓 음반을 냈거나 여러 해 동안 무명으로 활동 중인 가수들이었다. 연령은 40대에서 60대까지 모두 중장년에 속했으며 거주 지역은 전국에 고루 분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사이트 대표와 방송국 PD 등에게 돈을 주기 전과 돈을 준 후가 확연히 달랐다고 진술했다.

가수 C씨는 "6개월 동안 3000만원을 줬더니 예전에는 한번도 안 나오던 노래가 케이블방송에도 나오고 라디오방송에도 매주 1차례씩 나왔다. 이후 돈을 안 주니까 다시 방송이 뚝 끊겼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적발된 방송국 PD와 가요프로그램 제작자 29명에게 계좌 이체 방식으로 돈을 준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 180여명에 이르렀다. 대부분이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거래 내역을 증거로 들이대자 그제야 자백하는 등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기를 꺼리며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현금 거래 등을 포함시키면 이 같은 거래는 비일비재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성인가요 뿐 아니라 모든 부문의 가수들을 상대로 TV 출연 등을 대가로 방송국 관계자와 돈 거래한 사실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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