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최악 상황’]심각성 부인하던 日 ‘뒷북 7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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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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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은 10일만에 안정, 후쿠시마는 한달 넘겨 더 위험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사고 등급을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중 최악인 7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수준으로 일각에서는 “체르노빌보다 방사능 누출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원전당국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등급을 최고 단계로 높인 것은 지금까지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데다 아직도 원전을 확실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1일 원전 사고 직후 단계를 4단계로 잠정 발표했다가 18일에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같은 5등급으로 한 차례 조정했다. 1등급씩 높아질 때마다 피해 정도가 10배씩 커지므로 5등급에서 7등급으로 올린 것은 피해가 100배 이상 심각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프랑스 원자력안전국과 미국 민간연구소 등은 후쿠시마 원전이 6, 7등급에 해당한다고 지적해 왔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무시해 왔다.

총리 자문기구인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사고 직후부터 5일까지 25일 동안 누출된 방사성 물질 총량을 방사성 요오드로 환산한 결과 누적 방사성 물질량은 37만∼63만 테라Bq(베크렐, 테라는 1조 배)인 것으로 추정됐다. 일반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성 물질 총 누출량이 수만 테라Bq에 이르면 7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누출된 방사성 물질 총량은 520만 테라Bq이었다.

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출량은 (아직은) 체르노빌 원전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체르노빌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가 1개뿐인 체르노빌과 달리 6개나 되는 데다 사고 한 달이 넘었어도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누출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체르노빌 원전과 스리마일 원전은 각각 사고 발생 후 10일과 5일 만에 원자로가 안정화됐다.

도쿄전력의 마쓰모토 준이치(松本純一) 원자력·입지본부장 대리는 “(앞으로) 누출량이 체르노빌을 초과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원전 당국이 방사성 물질 누출량 등 원전 관련 정보를 감추며 사고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가 뒤늦게 사고등급을 올렸다”며 “등급 평가에 대해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확실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30km 이상 떨어진 토양과 식물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보다 치명적인 스트론튬이 처음 검출됐다. 스트론튬은 뼈에 축적되기 쉽고 골수암과 백혈병의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문부과학성은 아주 미량이 검출돼 건강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또 원전에서 30km 떨어진 바다에서 법정 기준치 이상의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

한편 요사노 가오루(여謝野馨) 경제재정상은 7등급 상향 발표 직후 “일본 경제가 심각한 상태다. 경제적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69% 급락해 9,555.26엔까지 떨어졌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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