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한의원 18개월째 쉬지만 세계적 축제 일조에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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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요원 봉사 이기병 씨

이기병 씨
이기병 씨
22일 오후 전남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이기병 씨(37·경기 용인시·사진)가 굉음을 내며 고속 질주하는 F1머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씨는 “한국에서 F1 대회가 열려 정말 기쁘고 국민 모두 축제를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직업은 평소 집에서 청소나 빨래를 하는 전업주부. 부업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원래 그의 직업은 경기 수원시 등에서 잘나가는 한의원을 운영하던 한의사였다.

이 씨는 영암 서킷(경주용 트랙)에서 24일까지 F1 코리아 그랑프리 진행요원(마셜)으로 참여한다. F1진행요원 업무를 성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한의사 일을 1년 반 동안 쉬고 있다. 이 씨는 “중학교 2학년 때인 1988년 TV를 통해 F1을 처음 접한 된 뒤 경주차를 운전하는 드라이버가 되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진행요원 교육이 주말에 집중돼 있어 한의원을 하면서 교육받는 것이 불가능해 잠시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행요원으로 하루 종일 서킷에 서 있으면 너무 지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또 그가 본 F1은 드라이버들이 다섯 살 때부터 교육을 받고 경주차 타이어를 교체하는 사람들(미케닉)의 학력이 박사학위 이상 학력자들일 정도로 전문화된 경기다.

F1 코리아 그랑프리에는 상급 진행요원(오피셜)과 하급 진행요원(마셜)이 모두 82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시속 320km로 고속 질주하는 머신들의 심판, 또는 구급, 소방방재 등 분야별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호주 진행요원들에게 영어로 전문훈련을 받는 고된 시간을 거쳤다. 대회 기간 하루에 10만 원씩을 지원받지만 활동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한국자동차경주협회 관계자는 “진행요원들 가운데 의사나 박사 등 전문직이 많고 대형 무역회사 전문경영인이나 일본인도 있다”며 “F1 마니아인 진행요원들도 사실상 자원봉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F1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산업과 자본이 결집된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이나 관광을 활성화하고 F1 계약기간인 7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유치하도록 정부나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암=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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