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진 4대강 반대파… 대립 대신 협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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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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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원칙적 찬성”… 안희정 “사업 정상추진”… 김두관 “요구 수용되면 할 수 있다”

“외지인 참견 말라” 4일 오후 환경운동연합이 점거한 경기 여주군 대신면 이포보 공사현장 맞은편에 현지
 주민들이 걸어 놓은 한강 살리기 사업 찬성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환경단체들은 이포보 위에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었지만 주민들은 ‘외지인은 참견 말라’는 플래카드로 맞불을 놨다. 여주=전영한 기자
“외지인 참견 말라” 4일 오후 환경운동연합이 점거한 경기 여주군 대신면 이포보 공사현장 맞은편에 현지 주민들이 걸어 놓은 한강 살리기 사업 찬성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환경단체들은 이포보 위에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었지만 주민들은 ‘외지인은 참견 말라’는 플래카드로 맞불을 놨다. 여주=전영한 기자
3일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4일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관내 4대강 대행사업에 큰 이견이 없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은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답변 시한 연기를 요청하면서 ‘조건부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달 말 관내 4대강 대행사업을 계속 할 것인지 묻는 국토해양부의 공문에 대해 충남도와 충북도, 경남도는 대체로 이원화된 대응 자세를 보였다. 먼저 이들 지자체는 관내 대행사업은 착공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사업들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국토부에 회신했다. 현재 대행사업 공구는 경남도가 13개로 가장 많고 충북도 5개, 충남도 4개 순이다. 22개 대행사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모두 1조5509억 원에 이른다.

4대강 대행사업에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이들 3개 지자체가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만약 대행사업을 거부한다고 통보할 경우 국토부가 사업권을 회수하겠다는 강경한 대응 자세를 일찌감치 천명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각 지자체는 국토부가 사업권을 뺏어 가면 관내 건설업체들이 일감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해당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대형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기회도 놓치게 된다는 현실적인 이해득실도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천 환경정비와 생태하천 조성 등에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는 적지 않은 지역주민과 기초단체장들의 목소리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충남도와 충북도가 일단 반대를 표시하지 않아 4대강 대행사업의 정상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환영의 자세를 보였다. 국토부는 경남도의 시한 연기 요청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충남도는 대행사업에 관한 회신과 별도로 보낸 ‘국토부에 대한 협조 공문’에서 추가 요구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보(洑)와 준설 등 현재 논란이 되는 사업의 ‘속도 조절’을 위한 협의 △4대강 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 조사 활동에 대한 협조 △국토부 실무자 또는 전문가의 특위 참여 등을 요청했다. 경남도도 ‘낙동강사업(경남구간) 특위’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대안을 정부에 제시할 계획이다.

4대강 추진본부는 충남도가 ‘보’를 거론하는 것은 대행사업을 뛰어넘어 4대강 사업 전체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충남도와 충북도, 경남도의 대행사업 공구에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전 단계라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보가 한 곳도 건설되지 않는다. 따라서 충남도의 추가 요구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전체를 놓고 협의를 하자는 뜻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추진본부는 충남도의 협조공문에 대해 지자체가 합리적인 요구를 할 경우 적극 협의하겠다는 원칙적인 방침을 나타내면서도 지자체가 담당하는 대행사업 이외의 4대강 사업은 지자체와 관계없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보 건설 반대’나 ‘준설 중단’ 등과 같은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4대강 사업의 근간에 대해 한 지자체와 협의한다면 다른 지자체도 나설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사업 진행이 지나치게 지연될 가능성까지 추진본부는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본부 관계자는 “대행사업의 범위에서만 지자체와 협의할 수 있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은 뒤 “4대강 사업의 업무범위 한계를 넘는 지자체들의 문제 제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추진본부의 이러한 단호하고도 원칙적인 자세에 대해 일각에서는 준설과 보 건설 등을 둘러싸고 일부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의 갈등 양상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지만 이번에 대행사업 진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면서 몇몇 지자체가 4대강 사업 전체를 반대하는 동력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 지자체들이 추가 요구를 내놓은 것은 해당 지역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안희정지사 태도변화 왜?
‘사업 파급효과’ 주민 기대 커 압박감 느낀 듯


野시장군수까지 대거 찬성
‘독불장군식 반대’ 현실적 한계


요즘 이용우 충남 부여군수(자유선진당)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금강 구간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당론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군수는 “장마철이면 반복되는 금강변 농경지 침수 예방과 백마강 뱃길복원, 수상레저와 친수공간 조성 등 지역개발을 촉진하는 순기능이 적지 않다”며 부여군개발위원회가 청와대에 조속한 사업 추진을 요청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황명선 논산시장이나 나소열 서천군수 등 민주당 소속 시장군수들도 관내 구간의 사업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의 파급효과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후보자와 당선자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최근 들어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현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사업에 대한 도내 여론이 갈수록 우호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안 지사가 ‘독불장군식’으로 무조건 반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안 지사가 정치인에서 특정 분야 정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행정가 및 경영자로 변신해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리당략에 따라 때로는 책임질 수 없는 발언도 할 수 있는 정치인과 달리 행정가인 단체장은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충청권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도 안 지사에게는 부담이다. 실제로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4일 영산강 살리기 사업 현장인 광주 남구 승촌보 공사현장을 찾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에게 애향심이 있는지 꼭 묻고 싶다”며 반대론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안 지사 측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태도 변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4일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을 계속할지 묻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한 충남도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안 지사는 금강 살리기 사업에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재검토 위원회를 만들었다”며 “선거 전에도 무조건 반대라기보다 문제점은 고치자는 쪽이었고 (최근의 유연한 언행은) 후보자와 도지사는 위치가 달라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부지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해 큰 틀에서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발표했다가 나중에는 “속도조절은 보류를 뜻하는 것”이라고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 측이 4대강 개발에 우호적인 대다수 도민들과 일부 환경단체 등 기존 지지층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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