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커버] ‘짝퉁 이효리’ 손담비가 살 길

동아일보 입력 2010-07-12 18:36수정 2011-01-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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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백과 동시에 온갖 논란의 주인공 된 손담비
● '비범한 평범함' 갖춘 이효리 따라가기엔 '그냥 평범함'이 한계
● '포스트 이효리' 벗어나야 미래 비전 생길 듯
1년 4개월만에 세번째 미니앨범 \'퀸\'으로 돌아온 손담비. 사진제공 플레디스.
수년째 '포스트 이효리'로 불리는 가수 손담비가 미니앨범 '퀸'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애니콜 CF음악 '아몰레드' 이후 1년 만이다. 8일 자정 타이틀곡 '퀸'이 각종 음원사이트에 공개돼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고, 9일 KBS2 '뮤직뱅크', 10일 MBC '쇼! 음악중심', 11일 SBS '인기가요'에 연이어 출연해 타이틀곡과 '캔트 유 씨' 등을 발표했다. 액면 그대로만 보면 화려한 컴백이다.

■ 예능 부적응형 답변, 뮤직비디오 표절, 가창력 논란…

그러나 손담비의 이번 컴백은 사실상 악전고투에 가깝다. 컴백과 함께 각종 스캔들이 불길처럼 일어 순식간에 번졌다. 먼저 예능 프로그램 실수다. 손담비는 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 출연, "손담비가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로 묻자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답했지만 그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전형적인 예능 부적응형 답변에 불화설은 더 크게 번졌다.

그리고는 뮤직비디오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타이틀곡 '퀸'의 뮤직비디오가 지난해 미국에서 2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 '앨리스'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앨리스'와 '퀸' 뮤직비디오의 비슷한 이미지를 번갈아 보여주는 포스트가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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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퀸' 노래 자체의 표절논란이 이어졌다.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팝댄스곡 '퀸'은 누리꾼들로부터 카일리 미노스의 '러브 앳 퍼스트 사이트', 레이디 가가의 '저스트 댄스' 그리고 케샤의 '틱 톡'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완전히 유사하다는 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그 이상으로 논란이 진전되고 있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론칭 분위기 저하에는 단단히 한몫 했다.

한편 방송3사를 돌며 첫 컴백 무대를 갖자마자, 이제는 가창력 논란까지 일고 있다. 지난 11일 한 누리꾼이 '퀸' 음원에서 MR을 제거한 음원을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된 논란이다. MR을 제거한 음원에서는 손담비가 노래하는 부분이 상당히 적었으며, 특히 후렴 부분에서 손담비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곧이어 '노래는 안 부르고 춤만 춘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지고, 이 같은 상황이 수없이 기사화됐다.

근래 들어 컴백 전후 3, 4일 간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격이 가해진 가수가 또 있었나 싶다. 남들 3, 4개월에 걸쳐 겪을 일들을 한꺼번에 다 겪었다. 그러자 결국 '장사'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효리가 사라진 무주공산을 지배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손담비의 '퀸'은 현재 JYP엔터테인먼트의 신예 여성그룹 미쓰에이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이다. 4년차 '포스트 이효리'의 1년만의 컴백이 등장한지 한 달도 채 안 된 신인에게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2008년 '미쳤어'로 최정상 가수로 자리매김한 손담비.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이효리와 비슷한 행보로 뜬 손담비, 그러나…

그렇다면 어째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걸까. 어째서 이 같은 일대 공격이 컴백과 함께 열화와 같이 일어난 걸까. 단순하게는 두 가지 정황이 접목돼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먼저, 손담비 자체가 대중에 살가운 이미지가 아니었다. 예능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며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전략에서 벗어나, 사실상 신비주의에 가깝도록 포장됐다. 그런 와중에 이효리가 음원 무단도용 사태를 맞아 무대에서 내려오고 손담비가 무주공간을 차지하려는 정황이 보이니, 한 마디로 '밉보였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서로 합심이라도 한 듯 속속 논란거리들을 양산해냈다.

이어 미디어가 이 같은 대중 분위기를 포착해 손담비 관련 논란들을 하나하나 기사화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손담비는 전형적인 '프레스 언프렌들리' 연예인이었기 때문이다. '미쳤어' 성공 이후 미디어 인터뷰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이번 컴백에 있어서는 누구나 다 하는 컴백 쇼케이스까지도 빼먹었다. 미디어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연예인은 기사화에 도움을 주지 않는 연예인이다. 이런 순서대로 논란은 속속 기사화되고, 부풀려지고, 번져나간 것이다.

그러나 손담비와 관련된 현상의 파악은 여기서만 그칠 일이 아니다. 더 파보면 손담비라는 가수의 속성 자체에 이 같은 악조건을 탄생시킨 면면이 도사리고 있다. 속성이 지나치게 커리어 방향과 안 맞아, 사실상 이런 연예인이 뜰 수 있었다는 점 자체가 희한할 정도다.

손담비는 2008년 '미쳤어'의 성공 이후 꾸준히 '포스트 이효리' 소리를 들어왔다. 이효리 이후 수많은 섹시 콘셉트 여성 댄스뮤지션들이 등장했지만, 손담비처럼 이효리와 집중적으로 비교당한 경우는 드물었다. 심지어 가장 근접하게 올라갔던 아이비조차도 '포스트 이효리' 소리는 못 들었다.

일단 커리어 전개가 워낙 이효리와 유사해보였기 때문이다. 이효리와 똑같이 노골적인 섹시 콘셉트였다. 그러면서 예능 프로그램과의 병행으로 크게 성공했다. 이효리가 KBS2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 등으로 이미지 확장 효과를 얻었듯이, 손담비도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해 '미쳤어'를 크게 히트시켰다.

그렇게 성공을 거둔 뒤, 갑작스런 TV드라마 출연으로 모두 실패를 맛봤다. 이효리는 2005년 SBS '세잎 클로버'로, 손담비는 지난해 같은 방송사 SBS의 '드림'으로 배우 진출에 장벽을 맞았다. 그리고는 똑같은 삼성전자 애니콜의 CF음악을 맡아 재기에 성공했다. 이효리는 '애니모션', 손담비는 '아몰레드'였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대중도 미디어도 일목요연하게 '포스트 이효리'를 외치며, 심지어 이효리 본인에게까지 손담비로의 세대교체를 질문하는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설적으로, 손담비는 개괄적 커리어 진행만 유사할 뿐 사실상 이효리와 가장 다른 속성의 연예인이라는 데 있다.

드라마 '세잎 클로버'에서 얼굴에 검댕을 묻이고 다니는 여공 강진아 역을 맡았던 이효리(왼쪽)과 '드림'에서 태보강사 박소연 역을 맡았던 손담비. 동아일보 자료사진.

■ 포스트 이효리? '무늬만 이효리'

손담비와 이효리 둘 다 섹시 콘셉트로 등장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효리는 19세에 핑클로 데뷔해 소녀에서 성인여성으로의 성장과정을 대중에 홍보한 경우다. 그러다 24세에 섹시 콘셉트로 확정지어 솔로 데뷔에 성공했다. 반면 손담비는 24세에 갑자기 등장해 25세에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부각시켜 성공했다. 소녀에서 성인여성으로의 성장이 아니라, 성인여성 그 자체로 대중에 소개됐다. 이런 경우 이효리 같은 '건강한 섹시함'이 강조되기 힘들다. 퇴폐적인 섹시함으로 치닫기 쉽다. 섹시 콘셉트 내에서도 갈림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 확장 역시 경로가 다르다. 이효리는 핑클 시절부터 '동네 누나' 같은 이미지를 업고 소탈하고 활발한 면모를 알렸다. 그러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손담비는 그런 식으로 등장하질 않았다. 섹시 콘셉트와는 잘 맞지 않는 평범한 여성,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어딘지 차분한 분위기의 여성상을 따로 만들어냈다. 그 순간에는 무대 위 퍼포먼스와 갭이 커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상 '예능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예능 자체만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이효리와 달리, 손담비는 '재미'가 없었다.

TV드라마 출연도 물론 다르다. 이효리는 '세잎 클로버'에서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여공 강진아 역을 맡았다. 역타입 캐스팅이었다. 결국 이미지 충돌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손담비는 '드림'에서 태보강사이자 스포츠학과 대학원생인 박소연 역을 맡았다. 가벼운 스포츠웨어 차림으로 몸매를 과시하며 기존 섹시 콘셉트를 고스란히 유지했다. '드림'에서 손담비는 '어울리지 않아' 실패한 것이 아니라, 동일 이미지가 반복돼 오히려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패의 원인이 달랐다.

이런 현상들을 종합해봤을 때, 결국 결론은 이런 식이다. 손담비는 이효리처럼 아이돌성이 강한 캐릭터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팔기 힘들다. 언뜻 이효리와 유사하게 '평범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효리의 소탈함과 손담비의 소박함은 다르다. 소탈함은 '동네 누나'지만 소박함은 그냥 '동네 처녀'다. 비범한 평범함과 그냥 평범함의 차이다. 그러니 모든 게 엇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섹시함 vs 평범함'의 이미지 충돌에 흥미가 떨어지자마자 손담비는 전형적인 예능 부적응자로 꼽혔다. 그렇게 예능과의 상생 과정이 없다보니 이미지가 확장되지 못하고 점차 질리게 돼 기껏 이미지를 맞춰준 드라마에서조차 효과가 안 나왔다. 또한 예능 출연이 떨어지다 보니 자연 예능 감각도 떨어져 말실수까지 일으켰다. 그런데도 별달리 보호해주는 분위기도 일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다져진 대중과의 동반성장 과정이 없어 애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는 연쇄반응이다. 대중은 손담비를 딱히 아끼지 않고, 딱히 아이돌성을 발휘하기 힘들어 미디어 노출을 줄이다보니 미디어도 애착을 가지지 못하며, 결국 커리어 진행에서 '포스트 이효리'이기는 하되 이효리만한 카리스마도, 대중 점착력도, 미디어 화제도 이끌지 못하게 됐다. '무늬만 이효리'에 가깝다. 그러니 컴백과 함께 '된통' 당하고 있는 셈이다.

■ 이효리 그늘 벗어나 그녀만의 매력으로 승부하길

결국 손담비는 '포스트 이효리'에서 어떻게든 벗어나야만 미래 비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이효리와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가수가 그 뒤를 잇는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전혀 다른 차원의 섹시 콘셉트 가수, 차라리 아이비가 무리하게 시도했다 개인적 스캔들로 불발에 그친 '실력파 댄스 가수'의 방향으로 선회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 방향에서 보면 손담비도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요즘처럼 치열한 예능 천하에 그렇게 선한 인상으로 MC들의 일상적 농조차 제대로 받아쳐주지 못하는 연예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침착한 분위기도 되레 진지한 스타 다큐에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

할리우드 스타 해리슨 포드는 배우라는 직업의 속성에 대해, "그게 어디건, 불난 곳에 찾아서 불을 꺼주는 역할"이라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자기 설 자리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수도 별다를 것이 없다.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정확히 찾아, 그곳에서 불을 꺼줘야 할 필요가 있다. 손담비의 경우에 비춰보자면, 이효리가 불을 낸 자리에서는 아무리 물을 뿌려봤자 불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자기 옷에 옮겨 붙게만 될 수도 있다. 지금 대중의 숨은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은 '불난 곳'은, 전혀 다른 곳이다. 잘 찾아보길 바란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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