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전훈 OUT” 김성근 감독은 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월 7일 07시 00분


SK 김성근 감독은 에이스 김광현(오른쪽)을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야신’의 숨은 뜻은 과연 무엇일까. 스포츠동아DB
SK 김성근 감독은 에이스 김광현(오른쪽)을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야신’의 숨은 뜻은 과연 무엇일까.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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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 있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


SK 김성근 감독은 4일 오전 8시30분 인천 송도 집을 나서 오후 8시30분에야 귀가했다. 폭설 속에서 그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 강남까지 오고간 이유가 김 감독답다. 최근 라디오 특강을 수락했는데 작가가 자서전을 토대로 1장당 2분 분량의 원고 15장을 써왔다. 받은 대로 읽으면 될법하건만 김 감독은 그러지 않고, 작가와 직접 만나 한줄 한줄 전부 고쳐나갔다.

5일 오후에는 ‘천하무적 야구단’ 촬영을 위해 문학구장에 들렀다. 김 감독의 상의와 점퍼 위에 천하무적 스티커가 붙었지만 태연했다. 예전에는 TV 인터뷰조차 싫어해 선수들이 눈치를 봤다던데 격세지감이다.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그 정도는 개의치 않는다는 여유였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가르쳤다. 구단 직원들이 혹시라도 공에 맞을까 걱정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완벽주의자. 선수들에게 엄격하기 이전에 자신부터 그랬다.

○새해부터 최악을 생각한다

새해 첫 인터뷰에서 새삼 실감한 사실, 김성근은 천상 완벽주의자이자 비관주의자였다. 사람들은 SK를 우승후보라 말하지만 그는 “최악의 전력”이라고 단언했다. 나머지가 재활 멤버의 복귀를 염두에 넣는 덧셈을 한다면 김 감독은 전원 다 없는 뺄셈의 팀 플랜을 짜고 있었다. 재활선수는 덤이라 여기고, 엄정욱 제춘모 등을 재활용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다.

SK는 오키나와와 고지로 나눠서 스프링캠프를 운용한다. 여기서 에이스 김광현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7일 훈련소 퇴소 후 몸을 점검한 뒤 합류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시한을 두지 않았다. 왜 그리도 엄격할까.

“김광현은 올 시즌 못하면 끝난다고 본다. 투수에게 굴곡이 있다면 처음으로 내리막길 문턱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서 자만했다간 추락은 한순간이다.” 그럼 데려가서 붙잡고 가르쳐야 되는 것 아닐까? 허나 가만 내버려두고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이제 김광현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라는 메시지일까. 대조적으로 제춘모는 투수 중 유일하게 오키나와로 간다. 일본인 코치가 전담으로 가르친다. “투수가 없다. 어떻게든 만들어야 된다.” 곧 죽어도 김광현에게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광현은 훈련소를 나오자마자 어쩌면 더 살벌하고 냉엄한 현실과 마주해야 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말이 있다. 베트남전 포로생존자를 조사해보니 비관론자가 더 많이 살아남았단다. 낙관론자는 희망이 옅어질수록 급격히 절망으로 쏠렸고, 좌절했지만 비관론자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꿋꿋이 생존했다. 김성근 야구가 그렇다. 이 지점에서 김 감독은 완벽주의자이자 비관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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