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지속 가능’이 혁신 키워드… 외면하면 외면당한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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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친환경 경영을 하면 수익이 줄어든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은 비즈니스 혁신의 초석이며,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다. 페덱스와 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지속 가능성을 혁신의 키워드로 활용하고 있다.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친환경 경영을 하면 수익이 줄어든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영은 비즈니스 혁신의 초석이며,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다. 페덱스와 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지속 가능성을 혁신의 키워드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뭘 신경 쓰는지
제품 수명 주기 면밀히 관찰
새 비즈니스 모델 개발해야

많은 기업 경영자는 ‘친환경적인 노력이 비용만 늘릴 뿐, 곧바로 돈을 벌어다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환경 규제가 개발도상국 기업과 경쟁하는 자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도 적지 않다. 개도국 기업들은 친환경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는 이런 경영자들의 걱정이 ‘기우(杞憂)’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세계적인 석학인 CK 프라할라드 미국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지속 가능성은 기업 운영과 기술 혁신의 모태가 되며, 궁극적으로는 수익 증대와 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 증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저자들은 지속 가능 경영으로 수익을 늘린 기업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성을 위한 5단계 여정’이란 방법론을 만들어 냈다. 이 방법론은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5단계로 나눠 각각의 단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다음은 그 구체적 내용이다.


○ 1단계: 규제 준수를 사업 기회로 활용

기업들은 최대한 덜 엄격한 환경 표준을 따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앞서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혁신을 이끌어가는 선발 진입자의 우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HP는 각국 정부가 언젠가는 유해물질인 납을 이용한 납땜을 금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10년에 걸쳐 대체재를 찾은 끝에 2006년 주석, 은, 구리를 이용한 아말감 땜질 방식을 고안했다. 땜질 과정에서 산화와 녹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화학물질도 개발했다. 그 결과 HP는 2006년 7월 전자제품의 납 사용량을 제한하는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이 발효되자마자 이 지침에 맞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 2단계: 지속 가능한 가치사슬의 구축

그 다음 단계는 가치사슬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기업은 이를 위해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먼저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분야인 공급망을 바꾸고, 이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폐기물 처리 등으로 변화의 영역을 넓히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페덱스의 예를 살펴보자. 항공기 700대와 운송 차량 4만4000대를 보유한 이 회사의 일일 연료소비량은 400만 갤런에 이른다. 페덱스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구형 항공기를 보잉 757기로 교체했다. 신규 항공기 주문을 2010년 이후로 연기하긴 했지만, 노후 항공기 교체로 연료소비량을 36% 줄이고 수송량을 20% 늘릴 수 있었다. 앞으로 보잉 777기가 도입되면 화석 연료소비량은 추가로 1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3단계: 지속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

기업들은 자사 제품 중 어떤 상품이 반(反)환경적인지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P&G는 자사 제품의 에너지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미국 가정의 에너지 소비 주범이 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간 전기료의 3%가 빨래를 하기 위해 온수를 데우는 데 쓰이고 있었다. P&G의 계산에 따르면, 온수 대신 차가운 물을 사용해 빨래를 한다면 전력소비량을 800억 kWh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400만 t이나 감축할 수 있었다.

P&G는 연구 결과에 따라 제품 개발 1순위를 냉수에도 풀리는 세제로 정했다. 드디어 2005년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타이드 콜드워터’와 ‘에어리얼 쿨 클린’을 내놓았다. 이 제품들은 즉각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2002년 영국 가구의 2%만이 냉수로 세탁기를 돌렸지만, 2008년에는 그 수치가 21%로 늘었다. 앞으로 이 제품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면 P&G는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 4단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은 제품 생산 및 가치 창출에서 경쟁의 기본구도를 바꿔놓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폐기물 처리업체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2년 전 해마다 쓰레기 매립지로 가는 폐기물 가운데 약 90억 달러어치의 자재를 재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회사는 폐기물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담당 사업부를 만들었다. 사업부는 소니와 협력해 쓰레기 매립장으로 직행하던 폐전자제품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쓰레기를 돈으로 바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 5단계: 차세대 플랫폼의 구축

지속 가능성은 흥미로운 차세대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인터넷과 에너지 관리의 접점에서 생겨난 이른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의 생산과 송전, 배전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가 발전하면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전기에너지의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전력 가격이 비싼 시간대에는 특정 가전기기의 전원을 차단하고, 가격이 낮은 시간대에 다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가져다준다. 현재 유명 전력기업은 물론 시스코, HP, 델, IBM 등의 기술 기업이 이 플랫폼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1호(2009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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